북리뷰/문학반 155

[소설] 너의 얼굴 (이충걸/은행나무 출판사)

📚 이충걸《너의 얼굴》 소설이니까 스포는 접자. 아니, 때로는 줄거리가 전부인 소설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는 글이다. 줄거리 몇 줄로 축약해서 전달하기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저릿저릿한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작가의 말에서 두 번 읽은 부분이 있었다. "나는 궁금했습니다. 문학적 전쟁터에서 이 글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랜 소설의 명예로운 문법과 얼마나 닮았을까? 드라마를 무리하게 배치한 건 아닐까? 그 사람의 감정은 현실적일까, 획득된 것일까? 그것이 세계의 새로움과 무슨 상관일까? 나는 내키지 않는 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재창작된 자아의 감정을 느끼고 부풀릴 수 있을까?" 작가들은 다들 비슷한 고뇌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언 고닉은 독자를 자..

북리뷰/문학반 2024.05.01

[소설] 제국의 사생활(주원규/네오북스 출판사)

주원규《제국의 사생활》이 책은, 드라마 , 의 송현욱 감독이 영상화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고 표현해서 궁금해진 작품이다. 내용은 어떻게 보면, 그냥 흔하게 드라마속에 보여지는 재벌기업들 안의 권력싸움,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로 인해 주위에 벌어지는 것에 대한 다른 시선은 없다. 그래서인지 걸림없이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책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송현욱 감독을 자극했을까.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나 당연시 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인이 맨손으로 시작해서 이뤄놓은 기업일지라도 그것이 자식들에 의해 그냥 되물림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당연한 것인가. 그들의 행위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있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라면 그건 또 ..

북리뷰/문학반 2024.04.28

[산문집] 보편의 단어(이기주/말글터)

📚 이기주 산문집 《보편의 단어》이 책을 소개하는 문장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 좀 부정적이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쓰는 언어가 늘 나의 한계일수밖에 없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에 공감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단어들이 늘 내 생각을 다 나타낼 수 없다는 것에만 마음을 쓴 것이다. 그런데 버팀목이라는 것을 보면서 그럴수도 있구나 싶었다.책을 다 읽고 나서, '보편의 단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책 속의 단어들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지만, 가끔은 어~나는 다른데. 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것은 한 단어가 ..

북리뷰/문학반 2024.04.25

[소설] 정욕-바른욕망(아사이 료/리드비 출판사)

아사이 료 《정욕》_바른 욕망 이 책은,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생각이, 책을 받고 책표지의 한자를 보고나서야 당황스러웠던 것처럼, 책을 읽고나서는 또한번의 비슷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관점이 맞는 것인가. 혹여 나의 시선들로 상처받았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인가. 내가 상상하거나 한정지을 수 없는 세계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세계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그곳은 없어야 되는 것처럼,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잘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다른 이들과 공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잣대의 기준이 무엇이며, 진정 그게 바른 답인지. 혹여 그 잣대들 너머에 방치된 이들은 없는지, 그 잣대..

북리뷰/문학반 2024.04.21

[소설] 나이트비치Nightbitch (레이철 요더/황금가지 출판사)

레이철 요더 《나이트 비치》 마리엘 헬러 감독, 에이미 아담스 주연으로 올 가을에 개봉 예정인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훌루Hulu 오리지널) 평생 창작을 업으로 삼았던 저자 레이철 요더가 아이를 낳은 후 이삼 년간 전혀 글을 쓰지 못했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집필하기 시작한 이 소설은 수많은 여성 창작자의 공감대를 불어일으키며 화제를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또는 그런 소재를 다룬 작품은 어쩌면 읽기전에 보기전에 이미 편견을 가지고 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자신만의 꿈이 있었던, 그러나 결혼과 육아라는 것을 통해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또는 잃어버린 "엄마, 여자"라면 ..

북리뷰/문학반 2024.04.20

(에세이)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정경하/여름의 서재 출판사)

#흙에발담그면나도나무가될까 #정경하 #식물세밀화가_정경하 #여름의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협찬도서 #오늘의한문장 #문장수집 📚 정경하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 사계절 곳곳을 스며드는 에세이다. 책의 목차가 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품고있는 겨울부터 시작한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식물을 느끼고, 그 호흡이 그림으로 내려앉고 글에 남아있다. 그리고 곳곳에 자신을 향하는 글들이 너무 좋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느티나무가 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부터가 나를 어린시절로 돌려놨다. 햇빛가득 쏟아지는 오늘, 그리고 흐려질 언젠가,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가 아무곳이나 펴서 읽어도 너무나 좋은 책. 🏷 p. 16 느티나무에게 남은 긴 시간 중 나의 ..

북리뷰/문학반 2024.04.12

[고전소설] 괴테 <선택적 친화력>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첫 문장: 에두아르트,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괴테는 이렇게 무심히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유행했던 화학에서, 친화력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인간은 어떤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와 선택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깔린 보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소설에서 상황을 이끌어 가는 주요인물은 네 명이다. 물론 나름의 비중을 가진 인물들이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미뤄두기로 하자. 과거에 사랑했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두 남녀의 결합,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 샤를로테의 친구의 딸인 오틸리에. 이 네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기고, 도덕적으로는 ..

북리뷰/문학반 2023.07.20

[소설] 씨부라파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 씨부라파는 꿀랍 싸이쁘라딧의 필명 중 하나이다. 여러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는데, 그 중 '씨부라파'라는 필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태국 소설은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에 유학중인 22살의 놉펀은, 아버지의 친구인 아티깐버디 공이 부인과 함께 일본에 여행을 오는데 숙소와 관련된 기타 편의사항들에 대한 부탁을 받게 된다. 처음 공항에서 아티깐버디 공의 부인을 본 놉펀은 재혼한 부인(끼라띠)이 너무 젊고 아름다운데다 우아한 것에 놀라게 된다. 마침 그때가 방학이기도 했던 놉펀은 그 부부의 일정에 맞춰 대부분의 생활을 같이 하게 된다. 놉펀과 끼라띠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놉펀은 끼라띠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

북리뷰/문학반 2022.10.23

[책] 할런 코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벡은 8년 전,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잃었다. 결혼 7년 차인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커플. 열두 살 때 첫 키스를 하고, 매년 첫 키스 기념일에 그 장소를 찾아와 나무에 줄을 그었다. 그날이 바로 열세 번째 줄을 나무에 새긴 날이었다. 근처 호수에서 같이 수영을 하다가, 먼저 엘리자베스가 물밖으로 나가고, 조금 뒤에 벡이 엘리자베스를 찾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그녀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벡은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고 호수로 떨어졌다. 벡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그녀는 죽었다. 엘리자베스의 시체는 납치된지 닷새만에 발견되었는데, 그녀를 죽인 사람은 연쇄살인범인 킬로이였다. 경찰이었던 장인어른과 그의 동생이 엘리자베스의 시신을 확인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벡..

북리뷰/문학반 2022.09.30

[책] 에밀 졸라 <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1867 서문 중에서(에밀 졸라는 1868년 2판에 자신의 서문을 달아 자연주의 소설관의 기초를 확립한다) p. 10~11 에서,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 이 책 전체는 바로 그것을 담고 있다. 나는 자유 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동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노력했다. 나의 두 주인공들에게 있어 사랑은 필요의 만족이다. 살인은 그들이 저지른 간통의 결과이며, 그들은 마치 늑대가 양을 학살하듯 살인을 한다...

북리뷰/문학반 2022.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