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69

정보라 연작소설 《이름 없는 것들의 밤》

📚 정보라《이름 없는 것들의 밤》정보라 연작소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은 , , 의 세편의 소설로 이루어져있다. 인류는 핵전쟁, 환경 파괴등 인간이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파국적인 선택들을 막기 위해 인간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기계와 로봇에게 중요한 판단을 맡기게 된다. 그런데 인간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기계중심의 시스템은 지구의 다른 생명체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인간문명의 종말을 선택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지 기계와 인간의 싸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 로못, 흡혈인, 인조인간처럼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놓인 존재들을 등장시켜 도대체 누가 인간인지,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는 작품 전체의 이런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로봇을 단순한 악..

북리뷰/문학반 2026.08.23

에두아르 르베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의 대표작 《자화상》이 10년 만에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얼마나 기다려온 작품인지 모르겠다. 유작 《자살》의 원고를 넘기고 생을 마감한 작가. 나의 10대에 전혜린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는 에두아르 르베가 있다.에두아르 르베의《자화상》은 끝없는 문장으로 작가 자신에 대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자서전이 이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싶다. 짧은 한문장으로 모든 상태를 설명해서 변명의 여지도 미화도 없다. 적나라한 '자신'이 있을 뿐이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괄호 열고, 괄호 닫고'가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어느 페이지를 펴도 내모습 하나쯤은 적혀 있는 책,그래서 차마 인덱스를 붙일 수 없는 책, 붙이지 못하는 책이..

북리뷰/문학반 2026.08.22

가와카미 히로미 연작소설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 가와카미 히로미 연작소설《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14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일상생활로 보이는 대화로 시작되지만,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인간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은 실제로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조차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인간의 줄기세포는 약해서 변이되기 쉽고 아이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전제로, 다양한 동물들로부터 인간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죽음이후에나 그들의 잔존뼈를 통하여 그들이 어떤 동물로부터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종으로서의 인간을 보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정의가 무엇인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소설 전체에 인간을 양육하는 존재로 '어머니'들이..

북리뷰/문학반 2026.08.22

정해연, 김아직, 정명섭, 박지선 《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처음 책을 받고 들었던 생각은 나의 최애가 누구였었나, 추억을 떠올려보는 거였다.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최애라는 단어도 없던 그때에, 우리에게는 책받침으로 만들어지고, 교과서 표지로 삼아 비닐커버로 감싸졌던 스타들이 있었다.내게는 왬의 조지마이클, 아하의 모르텐 하르케, 본 조비의 존 본 조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스키드로우의 세바스찬 바하, 블러의 데이먼 알반...뭐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지금의 팬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팬덤이 형성되었지만, 마음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책으로 들어가보면, 일단 책표지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선뜻 손이 안간다고 해야 하나. 만화책을 애정하긴 하지만 또 그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라. 그런데 다른분의 '표지때문에 책을 골랐다'는 멘트를 보고 그냥 취향차이..

북리뷰/문학반 2026.08.15

제리 브로턴 《지리의 기원》

📚 제리 브로턴《지리의 기원》본문 시작전의 글; 우리는...선택된 허구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흔히들 우리의 성격이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가 위치한 공간과 시간이 결정한다. 우리는 자신의 고유한 위치에 따라 모든 현실을 해석한다. 동쪽이나 서쪽으로 두 걸음만 옮겨도 전체 풍경은 달라진다.- 로렌스 더럴 《알렉산드리아 사중주》(1957~1970)인생길 한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음을 깨달았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단태 지옥편 제1곡 1~3행이 책은 우리가 당연시 여겨왔던 방위, 즉 동서남북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는 구형이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바라보면 본래 절대적인 위·아래, 왼쪽·오른쪽의 구분..

시그리드 누네즈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

작가는 1951년 미국 뉴욕에서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설의 화자 역시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작가 자신의 성장 배경이 상당 부분 녹아 있어 자전소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읽다보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몰입감이 좋은 것도 있다. 소설은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아버지, 2부는 어머니, 3부는 자신이 배우던 발레수업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는 러시아 이민자 남성과의 관계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이 소설이 가장 큰 강점!!!은 화자의 표현속에 나오는 상황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서로 배경도 다르고 성..

북리뷰/문학반 2026.08.11

김명순ㆍ브론테 자매 외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인스타그램, 우주서평단을 통해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초판한정 양장본을 받았다. '슬픔에게 언어를 준다는 것은 형태 없는 고통이 비로소 '글'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며, 슬픔에 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한다. 책을 받기 전에는 여성시인들의 시를 담는데 표지를 왜 배드민턴을 치는 두여인의 모습으로 했을까 궁금했는데 옮긴이의 글을 보고서 그 의미를 알았다. p.5~6초판 한정 양장본의 덧표지에는 영국 유명 화가 데이비드 인쇼의 (1972~1973)이 실린다.이 그림의 원제목은 토머스 하디의 연작 소네트의 한 구절에서 빌려왔다. 인쇼의 그림속 두 여성은 황혼 무렵의 정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장면에서 셔틀콕은 공중 어딘가에 있고, ..

북리뷰/문학반 2026.08.05

이유진 에세이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이유진 에세이《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는 부제를 안고 있다.20여년 연락이 닿지 않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방의 냉장고에 붙여놓은 쪽지에 써있는 글귀이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오랜세월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해도,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가 느꼈을 감정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얽혔을 텐데, 어찌 단어 몇 개로 나열할 수 있을까.사전에서 연고(緣故)의 의미를 찾았다.1. 일의 까닭2.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3. 사람들 사이에 맺어진 관계 한자를 보니, 인연의 까닭(이유)이라는 조합도 가능해진다. 누군가와 맺어진 인연의 이유라고 여기니, 연고라는 글자가 새삼스레 각별해진다.저자는 아버지의..

북리뷰/문학반 2026.08.05

박상영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 박상영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출간기념 무크지를 통해 박상영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김은희 작가나 심은경 배우의 리뷰는 둘째치고 무크지에 실린 소설의 앞부분에 현혹되어 바로 예약구매를 했다. (정확히는 랜선사인회를 이용하여)결론적으로는, 개인적으로는 무크지의 강렬함이 끝까지 가지는 못했다. 중간에 살짝 루즈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적당하게 재미있는 재벌관련 드라마를 본듯한 느낌. 딱 그 정도다. 일단 박상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찾아볼 예정이다. 글의 몰입감이 나쁘지 않아, 책태기라면 권하고 싶다. p. 20망각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하고 또 잔인한지.p. 40준호는 평생 누군가에게 지목당하고 배척당하는 삶의 피로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 역시 그 감각이 낯설지 않았다. 이유 없이 다수와 ..

북리뷰/문학반 2026.08.03

이디스 워튼 《여름》

#이디스워튼 #여름 # 머묾출판사 #썸머에디션 #도서협찬📚 이디스 워튼 《 여름》머묾출판사에서 이디스 워튼의《여름》이 썸머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썸머에디션에 어울리게 감각적인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책등부터 앞표지에 이르는 SUMMER 와 EDITH WHARTON의 부분은 살짝 느껴지는 양각으로 처리되어 책을 들고 있을 때에도 느낌이 좋다. 🔖 이디스 워튼(1862~1937)은 미국 상류귀족출신이다. 《환락의 집》,《이선 프롬》,《관습의 나라》,《여름》,《순수의 시대》, 자서전《뒤를 돌아보며》등 생애 동안 장편 소설 15편, 중편소설 7편, 단편소설 85편, 다수의 시와 에세이와 여행기를 남겼다. 1920년에 출간된 《순수의 시대》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p. ..

북리뷰/문학반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