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166

[일본소설]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2018년 《거짓의 봄》으로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분)을 수상한 후루타 덴의 또 다른 도서 미스터리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후루타 덴은 집필 담담 아유카 소와 플롯 담당 하기노 에이가 팀을 이뤄 만든 필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서 미스터리란 '도치 서술'의 줄임말로, 범인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어떻게 파헤치고 그 상황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표현방식때문인지, 한편으로는 내가 범죄에 함께 가담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동방치와 학대라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어찌 이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냐만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북리뷰/문학반 2024.09.24

[한국소설] 아콰마린 (백가흠/은행나무 출판사)

📚 백가흠 《아콰마린》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이런 글귀를 가진 책의 띠지는 생각보다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존의 '책임이나 증명'에 관한 나의 생각은, 어쩌면 막연함과 생각없음의 한 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어떤 행위의 가해자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동조를 했거나, 외면했거나 어떤 자세를 취했던지의 여부를 떠나, 현재의 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왠지 모르게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졌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그것이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부터 연유되었는지를 살펴 볼 틈도 없이, 그냥 현재의 안쓰러움으로 어느정도의 값을 치뤘다고, 책임을 진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의 그런 겉모습은 책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후회와 죄스러움..

북리뷰/문학반 2024.07.22

[한국소설] 새벽의 그림자(최유안/은행나무 출판사)

📚 최유안 《새벽의 그림자》 전직 경찰이었던 해주는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을 쓰던 중 자료조사를 위해서 독일에 머물게 된다. 한스 뵐러 박사로부터 '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 대하여, 그곳에서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국인들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사망 사건에 대하여 듣게 된다. 28세의 북한에서 온 대학생. 단순 자살이 아닐거라 생각하는 해주는 진실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데... 고등학교 시절, 독일의 통일과 관련된 방송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만 남았다'라는 말들을 참으로 많이 하였다. 우리도 바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그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통일에 대한 말들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지..

북리뷰/문학반 2024.07.02

[일본소설/미스터리] 희망이 죽은 밤에(아마네 료/모로 출판사)

📚 아마네 료 《희망이 죽은 밤에》 여중생인 '네가'는 같은 반 친구였던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면서 왜 죽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형사들은 동기를 찾기 위해 '네가'와 '노조미'에 관련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소한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들이 참, 짠했다. '네가'는 希(바랄 희)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내 이름에 希가 있어서 였는지, 처음부터 난 네가에게 말을 걸듯 읽어나갔다. 왜 그랬니, 진실이 뭐니 이러면서 말이다. 네가의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좀 넣어주면 안되겠니...... 희망이 죽은 밤에. 과연 한사람에게만 그 무게를..

북리뷰/문학반 2024.06.25

[일본소설] 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은행나무 출판사)

📚 나가이 사야코 《고비키초의 복수》 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에, 한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고비키초의 극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남자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만난다. 극장의 바람잡이인 문전 게이샤 잇팟치, 무술연기 담당인 요사부로, 의상준비와 수선을 담당하는 호타루, 소도구를 담당하는 규조와 그의 부인 오요네, 각본을 담당하는 노노야머 쇼지. 이렇게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날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의 개인사들도 함께 듣는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복수극의 목격담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영화 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결이 완전 다르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분명해 ..

북리뷰/문학반 2024.06.09

[일본소설] I의 비극(요네자와 호노부/내친구의서재 출판사)

📚 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6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유령 마을 ‘미노이시'.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 지역에서 이사 오는 주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I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소생과’라는 부서를 신설하여 업무를 전담시킨다. 그리고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오기 시작하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인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단편의 시리즈물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는 짜여 있다. 미노이시에 이주를 해서 들어온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주어지는 상황들이 미스터리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마지막에 이르면 뭔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마무리로 매듭지어진다. 그리고 결론에 가서 한방 맞는듯한 느낌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 이 소설의 잔존감이 드러난다. ..

북리뷰/문학반 2024.06.01

[에세이]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브 엔슬러/푸른숲출판사)

📚 이브 엔슬러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 책은 소수의 사람들을 보호하자고 하는 것도, 대변하고자 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인권에 관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의 원제는 "Reckoning"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심판'일수도 '사유'일수도 있다. 이브 앤슬러는 사유의 부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관심과 사랑이 그리고 거기에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이브 앤슬러가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을 왜 강조했는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북리뷰/문학반 2024.05.20

[청소년소설] 셰이커 (이희영/인플루엔셜 출판사)

📚 이희영 《셰이커》 이 소설은,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40만 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타임슬립 판타지이다. 가끔은 뻔하게 보이는 클리셰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어느 정도 답이라고 다들 생각하기에 클리셰가 되는 것일지도. 청소년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 소설을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이후나 가능한 것 같다. 정말 좋을 때는 그게 좋은 시절이라는 것을 모르니까. 뭐든지 가능한 때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니까.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 결국은 미래의 과거는 오늘이기에 미래의 나에게 덜 부끄럽거나 덜 미안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반복해서 되내이며 실천하지 않는 한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나름 열심히..

북리뷰/문학반 2024.05.20

[소설]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조조 모예스/다산북스 출판사)

📚 조조 모예스《미 비포 유 me before you》 이 책은 세 번째이다. 영화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라고 할 수도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너무 좋아서, 원서를 읽었다. 그다음은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에게 번역판을 사주고 그 책으로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수행준비를 하면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아름다운 표지의 개정판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좋은" 책이 그렇겠지만, 읽을 때마다,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참 다르다. 책을 읽게 되는 간격 사이에, 내가 지나쳐 온 시간들과 상황들이 책의 다른 부분들을 보게 한다. 찾게 한다. 이 책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것에 꽂혀 책을 보다가 설레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정말 감정이 요동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루이자..

북리뷰/문학반 2024.05.16

[일본소설] 원더풀 라이프(마루야마 마사키/블루홀식스출판사)

📚 마루야마 마사키《원더풀 라이프》 들어가기 전에 일단 강추!!! ✏️ 처음 접해보는 일본작가이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다. ✏️ 이 작품은 무력의 왕, 한낮의 달, 불초의 자식, 가면의 사랑이라는 소제목으로 번갈아가며 네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 커플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다시 앞으로 슬슬와서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미. 물론 책을 읽는 도중에도 혹시, 설마 하는 부분들이 간혹 등장하기는 한다. ✏️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그리고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내가 차이를 두고 배려하려는 부분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듯했다. 그..

북리뷰/문학반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