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3

[시][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시집

신용목 2017 신용목 2017 p. 12~13 가을과 슬픔과 새 슬픔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면, 가을 새들은 모두 죽었다. 사실은 흙 속을 날아가는 것 태양이라는 페인트공은 손을 놓았네 그 환한 붓을 눕혀 빈 나뭇가지나 건드리는데, 그때에는 마냥 가을이라는 말과 슬픔이라는 말이 꼭 같은 말처럼 들려서 새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네 사실은······이라고 다른 이유를 대고 싶지만, 낙엽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는 가을이라서 날아오르는 것과 떨어져내리는 것이 꼭 같은 모습으로 보여서, 슬픔에도 빨간 페인트가 튀는데 나뭇가지라는, 생각에 붓을 기대놓고 페인트공은 잠시 바라보네 그러고도 한참을 나는 다리 위에 앉아 있다 이 무렵, 다리를 건너는 것은 박쥐들뿐······ 단풍의 잎들..

북리뷰/문학반 2022.02.06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신용목 시집

신용목 시집 2004 신용목 시집 2004 p. 20~21 우물 학미산 다녀온 뒤 내려놓지 못한 가시 하나가 발목 부근에 우물을 팠다 찌르면 심장까지 닿을 것 같은 사람에겐 어디를 찔러도 닿게 되는 아픔이 있다 사방 돋아난 가시는 그래서 언제나 중심을 향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환해지는 아픔이 물컹한 숨을 여기까지 끌고 왔던가 서둘러 혀를 데인 홍단풍처럼 또한 둘레는 꽃잎처럼 붉다 헤집을 때마다 목구멍에 닿는 바닥 눈 없는 마음이 헤어 못 날 깊이로 자진하는 밤은 문자보다 밝다 발목으로는 설 수 없는 길 별은 아니나 별빛을 삼켰으므로 사람은 아니나 사랑을 가졌으므로 갈피 없는 산책이 까만 바람에 찔려 死火山 헛된 높이에서 방목되는 햇살 그 투명한 입술이 들이켜는 분화구의 깊이처럼 허술한 세월이 삿된 뼈를 씻..

북리뷰/문학반 2022.01.18

신용목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용목 2021 신용목 2021 신용목 시인(1974년생, 경남 거창)은 2000년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 , , 산문집 , 소설 (2021) 등이 있다. p. 25 대부분의 나 하루의 망치로 쾅쾅 나는 박아 넣으면 까맣게 바닥에 남을 한 점의 머리 비행기가 지나가면 하늘이 길게 잘려서 어둠 한끝이 돌돌 말려 올라간다 지붕 위에 비스듬히 누워, 먼 별빛을 보던 바람이 갑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악몽이 잠의 창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내 속의 아이들을 부른다, 밥 먹고 울어야지 턱밑에 장도리를 걸고 머리를 뽑아올리면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인생이 잠시 들려 사랑을 주고 젊음을 사가는 매점처럼 뽑힌 자리는 환하다 p. 46~47 나를 깨우고 갔..

북리뷰/문학반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