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2017 신용목 2017 p. 12~13 가을과 슬픔과 새 슬픔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면, 가을 새들은 모두 죽었다. 사실은 흙 속을 날아가는 것 태양이라는 페인트공은 손을 놓았네 그 환한 붓을 눕혀 빈 나뭇가지나 건드리는데, 그때에는 마냥 가을이라는 말과 슬픔이라는 말이 꼭 같은 말처럼 들려서 새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네 사실은······이라고 다른 이유를 대고 싶지만, 낙엽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는 가을이라서 날아오르는 것과 떨어져내리는 것이 꼭 같은 모습으로 보여서, 슬픔에도 빨간 페인트가 튀는데 나뭇가지라는, 생각에 붓을 기대놓고 페인트공은 잠시 바라보네 그러고도 한참을 나는 다리 위에 앉아 있다 이 무렵, 다리를 건너는 것은 박쥐들뿐······ 단풍의 잎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