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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2018년 《거짓의 봄》으로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분)을 수상한 후루타 덴의 또 다른 도서 미스터리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후루타 덴은 집필 담담 아유카 소와 플롯 담당 하기노 에이가 팀을 이뤄 만든 필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서 미스터리란 '도치 서술'의 줄임말로, 범인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어떻게 파헤치고 그 상황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표현방식때문인지, 한편으로는 내가 범죄에 함께 가담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동방치와 학대라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어찌 이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냐만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북리뷰/문학반 2024.09.24

[한국소설] 아콰마린 (백가흠/은행나무 출판사)

📚 백가흠 《아콰마린》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이런 글귀를 가진 책의 띠지는 생각보다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존의 '책임이나 증명'에 관한 나의 생각은, 어쩌면 막연함과 생각없음의 한 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어떤 행위의 가해자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동조를 했거나, 외면했거나 어떤 자세를 취했던지의 여부를 떠나, 현재의 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왠지 모르게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졌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그것이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부터 연유되었는지를 살펴 볼 틈도 없이, 그냥 현재의 안쓰러움으로 어느정도의 값을 치뤘다고, 책임을 진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의 그런 겉모습은 책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후회와 죄스러움..

북리뷰/문학반 2024.07.22

[한국소설] 새벽의 그림자(최유안/은행나무 출판사)

📚 최유안 《새벽의 그림자》 전직 경찰이었던 해주는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을 쓰던 중 자료조사를 위해서 독일에 머물게 된다. 한스 뵐러 박사로부터 '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 대하여, 그곳에서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국인들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사망 사건에 대하여 듣게 된다. 28세의 북한에서 온 대학생. 단순 자살이 아닐거라 생각하는 해주는 진실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데... 고등학교 시절, 독일의 통일과 관련된 방송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만 남았다'라는 말들을 참으로 많이 하였다. 우리도 바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그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통일에 대한 말들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지..

북리뷰/문학반 2024.07.02

[문명문화사] 노마드(앤서니 새틴/까치출판사)

📚 앤서니 새틴 《노마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몇년전에 읽었던 제시카 브루더의 가 생각났다. 그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는데, 물론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앤서니 새틴의 와 21세기 이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제시카 브루더의 는 결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 There'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이라고 표현한 레오나르드 코헨의 문장(제시카 브루더 글 시작전에 나오는 문장)에 따르면 마냥 다르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삶이, 역사가, 그 틈과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존하며,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자국들이라 한다면,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역사로 기록되는 부분들이 다를테..

[일본소설/미스터리] 희망이 죽은 밤에(아마네 료/모로 출판사)

📚 아마네 료 《희망이 죽은 밤에》 여중생인 '네가'는 같은 반 친구였던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면서 왜 죽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형사들은 동기를 찾기 위해 '네가'와 '노조미'에 관련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소한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들이 참, 짠했다. '네가'는 希(바랄 희)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내 이름에 希가 있어서 였는지, 처음부터 난 네가에게 말을 걸듯 읽어나갔다. 왜 그랬니, 진실이 뭐니 이러면서 말이다. 네가의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좀 넣어주면 안되겠니...... 희망이 죽은 밤에. 과연 한사람에게만 그 무게를..

북리뷰/문학반 2024.06.25

[논ㆍ서술형 대비 주제토론 수업시리즈]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태지원/글담출판사)

📚 태지원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이 책은 논ㆍ서술형 대비 주제토론 수업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에 대해, 다섯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1.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2. 기본소득은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3. 디지털세 도입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줄까? 4. 취약계층 빚 탕감, 공평한 제도일까? 5.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지속해야 할까?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이것 좀 생각해보자고 질문만 던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구성을 보면, 일단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문제의 배경에 관한 설명을 하고, '주제관련 핵심용어 정리'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개념설명을 한다. 간단..

[일본소설] 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은행나무 출판사)

📚 나가이 사야코 《고비키초의 복수》 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에, 한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고비키초의 극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남자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만난다. 극장의 바람잡이인 문전 게이샤 잇팟치, 무술연기 담당인 요사부로, 의상준비와 수선을 담당하는 호타루, 소도구를 담당하는 규조와 그의 부인 오요네, 각본을 담당하는 노노야머 쇼지. 이렇게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날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의 개인사들도 함께 듣는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복수극의 목격담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영화 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결이 완전 다르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분명해 ..

북리뷰/문학반 2024.06.09

[일본소설] I의 비극(요네자와 호노부/내친구의서재 출판사)

📚 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6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유령 마을 ‘미노이시'.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 지역에서 이사 오는 주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I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소생과’라는 부서를 신설하여 업무를 전담시킨다. 그리고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오기 시작하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인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단편의 시리즈물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는 짜여 있다. 미노이시에 이주를 해서 들어온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주어지는 상황들이 미스터리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마지막에 이르면 뭔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마무리로 매듭지어진다. 그리고 결론에 가서 한방 맞는듯한 느낌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 이 소설의 잔존감이 드러난다. ..

북리뷰/문학반 2024.06.01

[문명사] 물질의 세계(에드 콘웨이/인플루엔셜 출판사)

📚 에드 콘웨이 《물질의 세계》 프롤로그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설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모두가 우주에서 물질이 사라지면 오로지 시간과 공간만 남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도 물질과 함께 사라져버립니다." 물질 세계에 대해서도 같음 말을 할 수 있다. 물질은 문명의 뼈대이다. 그러므로 물질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정상적 생활은 붕괴된다.(p.33) 물질 세계를 다루는 이 책은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리튬 이렇게 여섯 가지 물질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의 역사에서 대부분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대답은 늘 인간 자체와 관련지어 설명되어졌다. 조금 양보..

[문명/ 문화사] 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까치 출판사)

📚 마틴 푸크너 《글이 만든 세계》 최근《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로 나름 핫했던 하버드의 마틴 푸크너의 또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일리아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현대의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며, 그것들이 인류역사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던 민족들이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내면서 세계화를 이루게 되고, 그들이 쓰던 언어를 통해서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세계 또한 다음 세대로 이어놓는다.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에서 "문화는 다양한 표현 형식과 의미 생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때 가능성과 실험을 통해서 번영한다(p.424)"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여기서 글이 가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