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2021 최영미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0~11 너무 늦은 첫눈 세검정에서 시작해 서교동의 카페에서 멈춘 첫눈 나에게만 보이는 눈 나에게만 보이는 너 나에게만 보이는 그 남자의 뒷모습 나에게만 빛나는 사람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의 한때를 빗자루로 쓸고 있다 그는 알까? 그토록 쉬웠던 우리의 시작 그렇게 오래 연습한 마지막 돌아서면 사라질 너 없이도 아름다운 풍경을 쓸며 살아있다 펄펄 하얀 종이 위에 p. 27 진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으려면 어린애처럼 바보처럼 보여라 무릇 인간은 술 취했을 때, 그리고 어린애 앞에서 솔직해지거든 p. 36 운수 좋은 날 단골식당에 12시 전에 도착해 번호표 없이 점심을 먹고 서비스로 나온 생선전에 가시가 하나도 없고 파란불이 깜박이는 동안 횡단보도를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