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 3

[고전소설] 괴테 <선택적 친화력>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첫 문장: 에두아르트,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괴테는 이렇게 무심히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유행했던 화학에서, 친화력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인간은 어떤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와 선택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깔린 보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소설에서 상황을 이끌어 가는 주요인물은 네 명이다. 물론 나름의 비중을 가진 인물들이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미뤄두기로 하자. 과거에 사랑했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두 남녀의 결합,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 샤를로테의 친구의 딸인 오틸리에. 이 네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기고, 도덕적으로는 ..

북리뷰/문학반 2023.07.20

[소설] 씨부라파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 씨부라파는 꿀랍 싸이쁘라딧의 필명 중 하나이다. 여러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는데, 그 중 '씨부라파'라는 필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태국 소설은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에 유학중인 22살의 놉펀은, 아버지의 친구인 아티깐버디 공이 부인과 함께 일본에 여행을 오는데 숙소와 관련된 기타 편의사항들에 대한 부탁을 받게 된다. 처음 공항에서 아티깐버디 공의 부인을 본 놉펀은 재혼한 부인(끼라띠)이 너무 젊고 아름다운데다 우아한 것에 놀라게 된다. 마침 그때가 방학이기도 했던 놉펀은 그 부부의 일정에 맞춰 대부분의 생활을 같이 하게 된다. 놉펀과 끼라띠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놉펀은 끼라띠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

북리뷰/문학반 2022.10.23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이 글은 보부아르 본인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엄마에 대한, 그녀에 대한, 어쩌면 그 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엄마가 암으로 인해 병원에서 투병을 하게 되고, 돌아가신 조금 이후까지의 이야기에는 보부아르가 어렸을 때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엄마의 모습, 병이 진척되면서 보여지는 모습들, 그리고 그들의 관계 변화 등 현재에 과거의 상황들이 조금씩 소환되면서 글은 전개되고 있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남편에게 공손하던 엄마는 그 상황이 자식들에게 넘어가자, 자식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그렇게 된다. 어느 시대에나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나, 보부아르에게 보여지는 엄마의 그런 모습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낯설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둔 엄마와의 관계에서 보부아르는 ..

북리뷰/문학반 202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