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 2011 심보선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34~35 텅 빈 우정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손으로 쓰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손이 무한정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우연에 대하여 먼 훗날 더 먼 훗날을 문득 떠올리게 될 것처럼 나는 대체로 무관심하답니다.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고백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입으로 말하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입술이 하염없이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신비로운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 날. 내일은 진동과 집중이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