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 조금의 간섭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집은 방목형이었다. 일종의 테두리는 있지만. 그것조차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펜스 같은거. 아무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규정짓지 않았음에도. 철저히 가부장적인 집. 그러나 그 가부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내게는 든든한 우상이었다. 마치 나를 장손인듯 대했으니까. 실존하는 그들의 씨종자(그들의 표현대로)인 내동생이 있었음에도. 내가 두 남자, 할아버지와 아빠로부터 들은 말은 딱 두 가지이다.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의 무엇도 없었다.그래서 난 상의나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라, 늘 나의 뜻을 통보했다. 그럼 그걸로 끝이었다.내 모든 결정을 어떤식으로든 존중해주셨으니까.물론 너무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