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 2

[시] [눈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시집

심보선 2011 심보선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34~35 텅 빈 우정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손으로 쓰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손이 무한정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우연에 대하여 먼 훗날 더 먼 훗날을 문득 떠올리게 될 것처럼 나는 대체로 무관심하답니다.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고백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입으로 말하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입술이 하염없이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신비로운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 날. 내일은 진동과 집중이 한꺼번에..

북리뷰/문학반 2022.03.12

[시]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시집, 영화 <좋아해줘>에서 유아인이 들고 있던 시집

심보선 2008 영화 에서 조경아 작가(이미연)가 노진우(유아인)에게 "너의 길을 가라..."라는 글귀와 함께 선물했던 시집. 노진우(유아인)가 그 시집을 뒤적이다가 둘이 찍은 사진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시집이다.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8~19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전날 벗어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하여 미련이 없다 이제 와서 먼 길을 떠나려 한다면 질투가 심한 심장은 일찍이 버려야 했다 태양을 노려보며 사각형을 선호한다 말했다 그 외의 형태들은 모두 슬프다 말했다 버드나무 그림자가 태양을 고심한다는 듯 잿빛 담벽에 줄줄이 드리워졌다 밤이 오면 고대 종교처럼 그녀가 나타났다 곧 사라졌다 사랑을 나눈 침대 위에 몇 가닥 체모들 적절한 비유를 찾지 못하는 사물들 ..

북리뷰/문학반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