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1993 김중식 1993 p. 34~35 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 한 여인의 첫인상이 한 사내의 생을 낙인찍었다 서로 비껴가는 지하철 창문 그 이후로 한 여인은 한 사내의 전세계가 되었다 우리가 순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한 사내의 전세계는 순식간에 생겼다 세계는 한없이 길고 어두웠으나 잠깐씩 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웃을 때는 입이 찢어지고 울 때는 눈이 퉁퉁 붓던 한 사내 그러나 우리가 순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한 사내의 전세계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표정의 억양이 문드러지고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밤과 낮의 구별이 없어졌다. 과연 일부러, 도대체 일부러 한 여인이 한 사내의 세계를 무너뜨렸겠는가 자기도 어쩔수 없이, 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그런 말을 믿는다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