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후기의 글을 먼저 옮겨보고자 한다.
p. 313~314
위슈화의 시는 사랑, 가족, 농촌, 삶의 버거움, 인생의 본질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크게 나누면 두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썼다. 즉 사랑에 대한 갈망과 아픔에 대한 자각이다. 평생 사랑시와 아픈 시만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슈화의 사랑시는 그녀의 전체 시 세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여성적 자아의 의식이 드러나는 장이자 존재의 근원적 물음이 터져나오는 공간이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불편한 몸으로 살아온 한 여성이 어떻게 사랑하고 욕망하고 상처받는지를 통해,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경계를 넘어 존재 그 자체의 의미를 뭄는다.
1976년생인 시인 위슈화는 중국 후베이성 중샹에서 출생했다. 출생당시 산소부족으로 평생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살았다. 처음부터 역자후기와 시인의 출생을 먼저 언급한 것은 개인적으로 낯선(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시인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인이기도 하고,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시들에서는 저런 소개가 그닥 의미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또한 웬만한 중편소설 양은 될듯한 시집의 분량에서 내가 고른 시들은 어쩌면 그냥 체감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시인의 시의 세계를 한정하는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시인의 사랑에는 체념과 위로가 동시에 느껴지기도 하고, 사랑을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바라보는 느낌도 존재한다. 단순한 감정보다는 시간을 초월하는 인연이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애절함이 절망을 함께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렇게 다가오는 이유중에 하나는 사랑을 이루는 것보다 그 마음 자체를 오래 품고 있는 것처럼 표현해서 그럴것이다. 자꾸 곱씹어 읽으면 시인 마음 한켠이 내게 오는 것같아 먹먹해지는 시집이다.
p. 47
<관계>
너는 분명 물이라고 말하겠지
나는 물고기와 물풀 사이에서 난처해한다
장마가 끝난 뒤, 기나긴 가뭄의 시간들
잿빛 흙속에서 노래하는 여인의 치맛자락엔 바람이 없다
네가 왼쪽 귀를 먹은 후에
나는 쉽사리 여러 식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약초 속으로도
보조 약재나 약 찌꺼기로는 쓴맛이 덜하고
알사탕으로는 당도가 모자랐다
아침, 우리는 동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가 여러 지방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네가 길을 잃었다는 소식을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바람은 분명 황혼을 향해 불 것이고
우리는 흙속에 함께 묻힐 것이다
고정불변하는 거리를 두고
p. 148~149
<비 내리는 봄밤>
너를 어떻게 사랑하면 좋을까?
그칠 줄 모르는 비는
전생부터 내세까지 이어질 듯
유독 이번 생만 지나쳤으니
어떻게 너를 사랑해야 할까?
바람에 세월의 경건이 휘날린다
가까이 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다
그칠 줄 모르는 비는
경번을 적시고 범음을 적신다
한 여인의 우여곡절 많은 사랑도 적신다
인연이 유독 이번 생만 지나치도록 허락한다
사랑은 끝이 없고 정도 마르질 않는다
바로 이런 오후에
까치가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귄다
다녀간 그대를 축하하듯
그대의 시선 속에 내가 다시 한번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을 축하하듯
밤이 되면, 내게서 대낮의 열렬함은 사라지고
한 마리 뱀이 되어, 심장을 힘껏 후려갈길
너를 기다린다
그런 나를 기다리는 건 분신쇄골일까
아니면 환골탈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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