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2013 신경림 2013 p. 9~10 너희 사랑 - 누이를 위하여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 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 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 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 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반 병의 소주와 한 마리 노가리를 놓고 망설이고 헤어지기 여러 번이었지만 뉘우치고 다짐하기 또 여러 밤이었지만 망설임과 헤매임 속에서 너희 사랑은 굳어졌다 새삶 찾아나서는 다짐 속에서 너희 사랑은 깊어졌다 돌팔매와 최루탄에 찬 마룻바닥과 푸른옷에 비틀대기도 했으나 소주집과 생맥주집을 오가며 다시 너희 사랑은 다져졌다 그리하여 이제 너희 사랑은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 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 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 훈풍이 되어 산동네를 누비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