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2

[책] 최영미 시인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94년도에 최영미 시인의 를 보면서, '시'라는 존재가 멋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같은 책을 열 권이 넘게 산 것도 내게는 유일할 것이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한 권씩 권냈으니. 마치 내가 쓰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손때 묻은 초판본은 어디로 간 건지. 개정판을 또다시 사서 본다. 최영미 시인의 표현대로 투명한 것이 나를 취하게 하던 그런 시기에, 난 그녀의 시들이 너무 좋았다. 세월이 흘러도, 계속 보아도, 좋은 걸 보니, 그때의 내 안목도 나쁘지 않았나보다. 아니면 시들이 너무나 내 스타일이든지. 생각 같아서는,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다 옮겨 써놓고 싶다. 그러면 안 되겠지. 차라리 시집을 다시 돌릴까. p. 10~11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북리뷰/문학반 2021.12.15

가을에는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뭉게구름도 아니다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우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가을에는,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해마다 가을 언저리에 있을 때면 이 시가 생각이 난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

끄적끄적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