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책 서두에는 7페이지에 달하는 서문이 있다. 본문의 글도 좋았지만, 서문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스스로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서문 중에서. 내 인생의 풍경을 단 한 장에 새긴다면 '걷는 독서'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돌아보니 그랬다. 가난과 노동과 고난으로 점철된내 인생길에서 그래도 나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나를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 어쩌면 모든 것을 빼앗긴 내 인생에서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한 나만의 자유였고 나만의 향연이었다. 어느덧 내 생의 날들에 가을이 오고 흰 여백의 인생 노트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 만년필에 담아 쓰는 잉크는 갈수록 피처럼 진해지기만 해서, 아껴 써야만 하는 남은 생의 백지를 묵연히 바라본다. 그리하여 날마다 계속되는 나의 반성은 이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