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고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6~17 잎이 건네는 말 위내시경을 들이밀고 한 두어 달 속병을 앓았다 자목련 꽃잎들이 쉰 목청으로 떨어져 내렸고 병원을 오가는 길 옆 폐차장 폐차들 속에서 내 모습이 어른거렸다 거울 앞에 서니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고사목 한 그루 물방개며, 풀무치며, 검은 물잠자리 아직도 어린 시절들은 온전히 내 손아귀 안에 꾸물거리고 있건만······ 그래, 내가 지나온 길들은 너무 깊은 물속이거나 너무 높은 벼랑이었어 늘 기다림으로 징검다리를 놓고 기다림으로 검불을 부여잡아야 했지 끼니때마다 고개를 젖혀 한 움큼의 알약을 털어 넣으며 쓰라린 속병의 치유를 기다리는 나는 또 이 기다림의 의미를 무엇으로 유추해야 하나 그사이 꽃 진 자리에 잎들이 다시 돋아나 잎잎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