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후 2021 김경후 2021 시인 김경후는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 , , 가 있다. 2015년 현대문학상, 2019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p. 12 손 없는 날 귀신도 쉬는 날, 짐 부리는 사내, 빈 그릇 위에 빈 그릇, 의자 위에 의자, 쌓고 쌓는다, 귀신이 쉬는 날, 사내의 짐값은 높지만, 꼭대기 올라가는 사다리차만큼, 덜컹, 덜컹, 내려앉은 사내의 등, 사내는 손 없는 날의 손, 집을 옮기며 짐을 부린다, 동서남북을 옮긴다, 기억을 옮긴다, 귀신도 부리지 못할 짐, 벽 같은 짐들 앞, 짐의 주인이 말한다, 나뭇잎 그려진 상자 못 뵜어요? 기억 안 나요? 안 나요, 기억하는 자만 잃을 수 있다, 오늘 사내는 손이 없다, 힘이 없다, 불탄 낙엽 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