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7~19 몇 번의 계획 내가 없이도 너에게 소중한 것은 감은 눈 위로 아른거리는 햇빛 널 부르다 내가 머문 곳엔 아로새긴 우리의 이름처럼 선명하게 금이 간 유리잔 하나 너는 들판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눈에 담는다 부유하는 꽃씨들은 빨갛게 불타고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본다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우리는 가장 필요 없는 것들을 모아 불을 지펴야 하는데 몇 번의 계획을 모아 태워야 조금은 밝은 밤이 찾아올 텐데 우리가 손꼽던 가장 소중한 것들은 결국 혼자가 될 테고 어두운 하늘 속엔 검은 오리들 젖은 다리를 품에 꼭 감춘 채 황금빛 잉어들을 물고 날아간다 비늘 같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 우리는 이제 몇 번의 계획 속에서 또 어떤 것들을 가만히 담아두게 될까 또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