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2021 김용택 2021 p. 28 아름다운 산책 하늘이 깨끗하였다 바람이 깨끗하였다 소리가 깨끗하였다 달아나고 싶은 슬픈 이슬들이 내 몸에서 돋아났다 p. 29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올 수 없다 이슬 내린 풀밭을 걷다 뒤돌아보았다 이슬길이 나 있다 내 발등이 어제보다 무거워졌다 내가 디딘 발자국을 가만가만 되찾아 디뎌야 집에 닿을 수 있다 p. 32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잘 왔다 어제와 이어진 이 길 위에 검은 바위, 어린나무만이 나비를 숨겨준다 해야 바람아 흰 구름 떼야 내 자리를 찾아온 여러 날이 오늘이다 알 수는 없지만 어느, 고요에서 태어난 바람이 온다면 가벼이 날아오를 수 있다 기다려라 마음이 간 곳으로 손이 간다 검은 바위, 어린나무만이 이 나비를 숨겨둔다 p. 45 지금이 그때다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