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2020 김태형 시집에서 추천하고 싶은 시 p. 28~29 왜행성 먼 하늘을 올려다보니 심장 한 쪽이 무너지고 있는 게 보인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아직 한 쪽의 심장이 남아 있다 남은 심장 한 쪽으로 돌이킬 것인가 그 힘으로 얼음덩어리와 운석들이 가득한 곳으로 저 암흑까지 조금 더 가 볼 것인가 선명하고 밝은 심장 한 쪽이 거대한 운석의 충돌 때문에 생긴 것이라니 남은 한 쪽의 심장이란 그런 것이었다 내 인생에서 사라지라고 했지만 정작 사라진 사람은 나였다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나는 한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키려고 보이지 않아야만 했다 남은 심장 한 쪽에 얼어붙은 대평원이 없었다면 한 쪽의 심장마저 잃고야 말았을 것이다 궤도를 끊고서 떠돌다가 먼지가 되거나 파편이 되어 다시 돌이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