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은 2019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50 느낌의 문제 느낌은 내 앞에 남자처럼 앉아 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느낌이 말하고 움직이는 걸 본다 느낌에게 잘 보이고 싶어 목이 마르다 느낌은 컵에 담긴 물보다 차갑다 느리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맛이다 느낌은 하얀 탁자 위에 물을 엎질렀다 물이 탁자를 적시는 동안 느낌은 더욱 진해졌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거리를 까맣게 물들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이 전부인 거리를 걸어갔을 뿐인데 이 시간에 아직 문 연 가게가 있어요,라며 들어왔을 뿐인데 물 한 잔이 우리 앞에 놓였고 우리를 적셨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을 뿐인데 아마 이 느낌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p. 62~63 궁금 나무 궁금함은 나뭇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