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2

[책] 박노해 <걷는 독서>

박노해 책 서두에는 7페이지에 달하는 서문이 있다. 본문의 글도 좋았지만, 서문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스스로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서문 중에서. 내 인생의 풍경을 단 한 장에 새긴다면 '걷는 독서'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돌아보니 그랬다. 가난과 노동과 고난으로 점철된내 인생길에서 그래도 나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나를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 어쩌면 모든 것을 빼앗긴 내 인생에서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한 나만의 자유였고 나만의 향연이었다. 어느덧 내 생의 날들에 가을이 오고 흰 여백의 인생 노트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 만년필에 담아 쓰는 잉크는 갈수록 피처럼 진해지기만 해서, 아껴 써야만 하는 남은 생의 백지를 묵연히 바라본다. 그리하여 날마다 계속되는 나의 반성은 이것이다.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너무나 애정하는 시집 중에 한 권.좋은 시가 너무나 많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 몇 편만...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스스로 설정해 놓은 무언가에 갇힐 때가 있었다. 하물며 왜 답답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그런 때. 그때 만났던 글귀가 바로 이 이라는 시였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

북리뷰/문학반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