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2016 최승자 2016 p. 9 빈 배처럼 텅 비어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p. 18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내가 운들 무엇이며 내가 안 운들 무엇이냐 해 가고 달 가고 뜨락 앞마당엔 늙으신 처녀처럼 웃고 있는 코스모스를 p. 26 당분간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살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p. 31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그라너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