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2015 이현승 시집에서 추천하고 싶은 시 p. 10~11 저글링 내 손은 두개뿐인데 잡아야 할 손은 여러개다 애써 친절을 베풀면서 쉬운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사람처럼 내가 잡아야 할 손들은 뚱한 표정을 하고 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회전문 안에서 우리의 스텝은 배배 꼬이고 뒤엉킨다. 회전과 와류를 빠져나가지 못해 우리는 빨래처럼 잔뜩 뒤엉키며 물이 빠진다. 아무나 막 목을 조르고 싶다.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을 남에게 웃음거리가 됐다고 번역하면서 우리는 자존심이 상한다. 슬픔을 팔고 있다는 수치의 감정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손안에 쥐고 있는 얼음처럼 차가움에서 시작해 뜨거움으로 가는 악수, 내 손은 두개뿐이지만 여러개의 손을 잡고 있다. 와류: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흐름, 또는 그런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