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2019 이영주 2019 이영주 시인은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시집 , , 이 있다. p. 16~17 기념일 사라진 나를 찾고 있던 시간, 물줄기처럼 기후가 흘러간다. 아무도 머물지 않고, 나도 있지 않다. 만질 수 있고 만져지지 않는 물질, 따듯한 그릇 안의 곰팡이, 투명한 구름에서 떨어지는 입자를 잡는 긴 판 같은 것. 기후는 틈으로 움직인다. 어디에도 없는 나는 길어지는 팔, 나를 안고 나를 밀어내느라 팔은 점점 더 가늘어진다. 한겨울 폴란드에 있다. 폴란드 그릇 안에서 번식하고 있다. 불행하게 죽은 영혼은 모든 기억을 씻어버리는 물을 마시고 깨끗해진다는데, 나는 그릇을 엎질렀어! 시큼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벽 틈에서 벌레들이 기어 나오고 있다. 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