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식 2020 이선식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32~33 가난 당신 생각이 저렇게 두서없이 흩날려도 되는 것일까? 속절없이 또 눈발은 날리고 산골버스에서 내린 한 낯선 여인이 눈길을 걸어가네 한겨울 산간벽지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은 부귀영화보다 따사로운 호사 가난이 어찌 배고픔뿐이랴 나는 먼데 사람이 궁금해 손바닥으로 눈을 받아 눈점(卜)을 쳐 본다 손바닥에서 녹은 눈이 방울지면 그도 나를 생각하는 거라는 속설 가진 거라곤 적막뿐인 집에 산까마귀들이 내려와 왼종일 부산을 떨다 갔다 이내 뱀처럼 긴 밤이 와서 차갑게 식은 나를 삼키고 오래오래 뒤척일 것이다 속절없이 - 속절없다: 단념할 수밖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산간벽지: 산간 지대의 구석지고 후미진 산골(산간: 산과 산 사이에 산골짜기가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