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리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9 무표정 월요일이 비처럼 내리는 밤 일요일 밤 여관 같은 밤 화요일이 엿보는 밤 눈과 시선이 겉도는 밤 0과 1사이에 세워진 정신병원을 세는 밤 그림자가 피의 성분으로 느껴지는 밤 따질 수 없는 밤 산 잠자리를 흙 속에 묻고 물을 주는 밤 눈물 대신 혓바닥을 삼키는 밤 훔친 메모지와 훔친 연필이 서로를 노려보는 밤 떠나는 기차 대신 떠나온 금요일을 응시하는 목요일 밤 버림받은 수요일 밤 수태되기 전날 밤 기억나지 않는 밤 구운 쥐가 밥상 위에 오른 밤 앙상한 토요일 밤의 이마를 관총한 총탄 자국 웃는 밤 P. 20 다른 시간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네 목도 늘어났지 어느샌가 고개를 들어도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 어디에 있니 네 두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