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2021 정다연 2021 p. 38~39 무기력 요즘 나는 바싹 마른 잎 같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하루 세번 약을 먹고 개와 산책한다 혼자에 가까워지고, 주기적으로 볕을 쬐는 일은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믿으며 공원에 도착한다 체조는 허파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믿는다 아무런 의심 없이 땅에 박혀 있는 벤치와 그 앞에 세워진, 적을 몰살한 전쟁 영웅의 동상을 믿는다 그것이 가져다준 평화를 한번도 깨진 적 없는 눈동자 무너질 듯, 넘어질 듯 자전거 핸들을 꺾는 아이의 등 뒤로 더는 날아가지 않은 비둘기 빛으로부터 동공이 시야를 열고 닫듯 울타리는 잔디를 계속해서 보호할 것이다 가두는 분수대를 뛰어내리는 물방울 물방울들 너무 가까이 가진 않는다 p.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