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2007 조재도 2007 p. 12~13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