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 2021 정한용 시집에서 추천하고 싶은 시 p. 24~25 아무도 남지 않은 별에서 이틀 못 봐도 그립지 않은 당신, 두 해 못 만나도 보고 싶지 않은 당신, 이백 년 헤어지고도 하나도 아쉽지 않은 당신. 불편한 만남보다 격리된 소통이 더 편리하고 자연스런 불구의 시간들. 내일은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 아무도 그립지 않고 누구도 만날 수 없는 별에서 오로지 와이파이와 텔레파시의 기호들만 바쁘게 떠다닌다. 반죽처럼 부푼 우리 사랑은 폭탄이 되고 지워진 곳을 가득 채운 소리와 떨림과 냄새, 들숨과 날숨으로 주고받는 지독한 사랑의 바이러스들. 당신 어디에서 왔어? 이억 년을 뛰어넘어 배달된 카톡가 페북메시지가 우리 이마를 성스럽게 씻어준다.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젖은 구원처럼. p. 34~36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