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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청소년문제] 괜찮은 장난은 없다 (양이림/쑬딴스북 출판사)

나에대한열정 2024. 5. 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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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이림《괜찮은 장난은 없다》


이 책은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쓴 학폭 이야기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학폭의 정의나 유형, 법률적인 측면보다는 아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 피해장의 입장에서의 행동여부, 우리아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아이의 보호자라면 하는 입장에서 주로 서술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영화나 드라마,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모든 학교폭력이 악의 화신 같은 가해 학생에 의해 저질러질까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랄한 학교폭력이 학교를 지배하고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을까요?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벌하면, 학교와 사회로부터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는 평화로워지고 안전할까요?
제가 경험한 교육현장, 학교폭력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끼리의 갈등과 다툼이었고,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었으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또래 사이에서 장난처럼, 놀이처럼, 문화처럼 이루어지는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런 행동들이 오고 가며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더 글로리>같은 드라마, 영화 혹은 언론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점은 모두가 압니다.

하지만 내가 장난으로 한 행동이, 습관처럼 뱉은 욕설이, 별명을 부르는 것이, 뒷담화를 한 것이 왜 학교폭력이 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친구와 조금 다투었을 뿐인데, 조금 놀린 것뿐인데, 사귀던 과정에서 스킨십을 했을 뿐인데, 유행하는 놀이를 했을 뿐인데, 호기심으로 했을 뿐인데, 친구를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 아이가 먼저 잘못했는데, 전통과 문화에 따른 것뿐인데 왜 학교폭력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왜 학교폭력인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변화가 없습니다. 억울할 뿐입니다.


✏️ 책의 제목에서도 시사하고 있듯이, 괜찮은 장난은 없다. 친구사이에 뭐, 장난인데 뭐, 이런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행위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쾌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행위자의 생각처럼 장난은 아닌 것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모바일 도박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게 어떤식으로 학폭의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혹시나 있다면 그냥 학생 개인의 몫으로 여겼는데,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간지나는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 쉽게 돈을 버는 곳을 찾고, 그것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도박으로 연결되는 것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거기서 잃어버린 돈을 보충하기 위해, 친구들로 부터 돈을 빌리고, 심지어 '총판'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거기서 다시 일부수입을 얻는 과정이었다. 연쇄적인 고리에 끊임없는 수렁. 과연 아이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게 가능한 것인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주위의 어른들이 제때 알고 나설 수 있는 문제인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사진을 합성하는 '지인능욕'이라든지,  다른 사람의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이 그 사람처럼 행사하는거라든지, 이별의 과정에서 잘못된 스토킹문제, 사는 곳이 달라서 겪게 되는 차별의 문제, 그냥 흘린 뒷담화 등 이해하기 힘들다고 해서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들이 많았다.


✏️ 그런 생각도 들었다. 누리는 게 많아진 세대에, 그것 자체가 독이 되는 요소들도 있다고 말이다. 가끔 딸아이가 나의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참 좋은 세상에서 살았구나~라는 말들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좋았다. 분명 그 시대에도 문제들은 있었을텐데 말이다. 무엇이 지금의 모습들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을 세상속으로 내보내고 있는 어른들도 "자신들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 p. 168
타인의 잘못에 잘못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면 좋겟습니다. 타인의 잘못을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 208~209
자신에 대한 험담과 비난에 직면하고 심지어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누구라도 큰 상처를 받고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이 무서운 것은 말의 전파성 때문입니다.

누군가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이 천리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들리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는 나쁜 아이라고 다른 친구에게 한마디 했는데,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그 애는 참 나쁜 아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 듣는 거죠. 이처럼 말은 전파성이 너무 강해 일단 부정적인 말이 퍼지면 당사자가 실제 그런 사람인지와 관계없이, 당사자가 아무리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해도 이미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당사자는 마음이 어떨까요?


✅️ p.219~220
차별과 혐오는 왜 문제인가요? 왜 그렇게 차별과 혐오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걸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차별과 혐오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편견으로 다름을 차이로 변질시키고, 그 차이를 근거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그 차별과 혐오에 기초하여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왜 그들은 비이성적인 증오와 적개심을 드러내며 특정 대상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별과 혐오를 자신도 모르게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재화된 차별과 혐오가 개인을 넘어 커다란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이념과 만나 정당화되었을 때, 엄청난 범죄가 평범한 개인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의 조그만 편견과 차별, 그에 기초한 혐오를 경게해야 합니다.


✏️ 저자의 표현대로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의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들에 대해 의식하고,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인다면 적어도 조금은 나아진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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