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비문학반

[과학사] 과학잔혹사 (샘 킨/해나무 출판사)

나에대한열정 2024. 5. 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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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킨《과학잔혹사》

"미치광이 과학자는 논리나 이성이나 과학적 안목이 부족해서 미치광이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너무 철저히' 하려고 하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이 문장이 어쩌면 이 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장일 것이다.


샘 킨은 12장에 걸쳐, 역사적으로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진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어 온 과학의 뒷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주어진 결과들에만 신경을 쓸 뿐 과거에 어떠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설령, 그 과정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된거구나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거나 그정도가 다였다.
조지 엘리엇의《미들마치》에서도, 의사였던 리드게이트가 해부학 공부를 하면서 시체를 구하지 못하여 무덤에서 사체를 꺼내왔다는 표현들이 나왔었다. 그때에도 그 시대는 그랬구나, 무서웠겠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정도의 생각이 스쳐갔을 뿐이었다. 그 이면을 보지 못했었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과학은 더 발전할 텐데,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른 방식으로", "지금은 인정되거나 이해되는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간과한다면.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서 나치 의사들이 죄수를 대상으로 얼음물 속에 담근 행동이든, 노예제도의 인프라와 경제에 기반해서 수집되었던 연구표본이든, 교류가 왜 직류보다 치명적인지 확인시키기 위해 동물한테 실험을 한 것이든, 그로 인해 진전된 전기의자에서 사형수가 처참하게 죽어간 상황에서도 다음에는 이런 일은 없을거라며, 더 나아질거라고 표현하는 것이든, 매독물질을 일부러 몸에 침투시켜 그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든, 무수히 나열되는 상황들이 사실은 우리 역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샘 킨은 그저 지나온 과학의 역사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글 자체는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실질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방법이 하나밖에 없을 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에 어긋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덧, 샘 킨...이름이 너무 익숙하다 했다. 《사라진 스푼》의 저자였네...어쩐지...최근에 아이에게 읽힌다고
《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을 장바구니에 담아놨었다. 생각난 김에 데려와야지...!!!


p. 18
합리화 문제 외에 과학적 범죄를 독특한 것으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에는 돈이나 권력이나 뭔가 더러운 것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오직 과하자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한 범죄들 뒤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동기가 있다. 사람은 그만큼 복잡하니까. 하지만 이 범죄들은 무엇보다도 파우스트처럼 지식을 갈구하는 충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p. 436~437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이 인용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코웃음쳤다. 과학자가 착하건 말건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발견이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을 쓰고 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세계에 대한 사실들의 집합체이며, 그 집합체에 뭔가를 추가하려면 발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은 그것을 뛰어 넘어 더 큰 것이기도 하다. 과학은 세계에 대해 추론하는 사고방식이자 과정이자 방법으로, 우리의 희망 사항과 편견을 드러내고 그것을 더 심오하고 신뢰할 만한 진실로 대체하도록 도와준다......그리고 과학이 얼마나 긴밀한 사회적 과정인지를 감안하면, 인권을 유린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함으로써 사회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거의 항상 결국엔ㄴ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과학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취약하게 함으로써.

p. 439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범죄이다. 새로운 기술이 우주 탐사이건, 첨단 컴퓨터 기술이건 유전공학이건 인류 사회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수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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