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21

(에세이)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정경하/여름의 서재 출판사)

#흙에발담그면나도나무가될까 #정경하 #식물세밀화가_정경하 #여름의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협찬도서 #오늘의한문장 #문장수집 📚 정경하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 사계절 곳곳을 스며드는 에세이다. 책의 목차가 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품고있는 겨울부터 시작한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식물을 느끼고, 그 호흡이 그림으로 내려앉고 글에 남아있다. 그리고 곳곳에 자신을 향하는 글들이 너무 좋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느티나무가 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부터가 나를 어린시절로 돌려놨다. 햇빛가득 쏟아지는 오늘, 그리고 흐려질 언젠가,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가 아무곳이나 펴서 읽어도 너무나 좋은 책. 🏷 p. 16 느티나무에게 남은 긴 시간 중 나의 ..

북리뷰/문학반 2024.04.12

[고전소설] 괴테 <선택적 친화력>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첫 문장: 에두아르트,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괴테는 이렇게 무심히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유행했던 화학에서, 친화력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인간은 어떤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와 선택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깔린 보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소설에서 상황을 이끌어 가는 주요인물은 네 명이다. 물론 나름의 비중을 가진 인물들이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미뤄두기로 하자. 과거에 사랑했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두 남녀의 결합,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 샤를로테의 친구의 딸인 오틸리에. 이 네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기고, 도덕적으로는 ..

북리뷰/문학반 2023.07.20

[중학교국어문제집] 한수 중등국어 3-1

한수 (한번에 수능까지 완성하는 중학국어) 책 표지에 1. 한 권으로 국어 전 갈래를 한 번에! 2. 시험 출제 빈도가 높은 필수 지문 선정! 3. 국어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문해력 개발! 이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한수 문제집은 그에 맞게 문제집 내용을 담아놨다. 총20강이 있는데, 모든 강에서 문법, 독서, 문학 부분을 모두 접할 수 있게 구성해놨다. 지문이 긴 편이 아니고, 문제도 지문당 3~4문제를 포함하고 있어서, 처음 국어문제집을 접하는 입문자에게 적당한 문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어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문제집! QR코드로 온라인 학습 지원도 하고 있으며, NE Books 사이트에서 본 교재에 대한 상세 정보와 부가학습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학교 국어 문제집들 중에는 문법, 독서..

카테고리 없음 2023.01.31

[소설] 씨부라파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 씨부라파는 꿀랍 싸이쁘라딧의 필명 중 하나이다. 여러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는데, 그 중 '씨부라파'라는 필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태국 소설은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에 유학중인 22살의 놉펀은, 아버지의 친구인 아티깐버디 공이 부인과 함께 일본에 여행을 오는데 숙소와 관련된 기타 편의사항들에 대한 부탁을 받게 된다. 처음 공항에서 아티깐버디 공의 부인을 본 놉펀은 재혼한 부인(끼라띠)이 너무 젊고 아름다운데다 우아한 것에 놀라게 된다. 마침 그때가 방학이기도 했던 놉펀은 그 부부의 일정에 맞춰 대부분의 생활을 같이 하게 된다. 놉펀과 끼라띠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놉펀은 끼라띠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

북리뷰/문학반 2022.10.23

[책] 할런 코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벡은 8년 전,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잃었다. 결혼 7년 차인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커플. 열두 살 때 첫 키스를 하고, 매년 첫 키스 기념일에 그 장소를 찾아와 나무에 줄을 그었다. 그날이 바로 열세 번째 줄을 나무에 새긴 날이었다. 근처 호수에서 같이 수영을 하다가, 먼저 엘리자베스가 물밖으로 나가고, 조금 뒤에 벡이 엘리자베스를 찾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그녀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벡은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고 호수로 떨어졌다. 벡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그녀는 죽었다. 엘리자베스의 시체는 납치된지 닷새만에 발견되었는데, 그녀를 죽인 사람은 연쇄살인범인 킬로이였다. 경찰이었던 장인어른과 그의 동생이 엘리자베스의 시신을 확인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벡..

북리뷰/문학반 2022.09.30

[책] 에밀 졸라 <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1867 서문 중에서(에밀 졸라는 1868년 2판에 자신의 서문을 달아 자연주의 소설관의 기초를 확립한다) p. 10~11 에서,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 이 책 전체는 바로 그것을 담고 있다. 나는 자유 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동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노력했다. 나의 두 주인공들에게 있어 사랑은 필요의 만족이다. 살인은 그들이 저지른 간통의 결과이며, 그들은 마치 늑대가 양을 학살하듯 살인을 한다...

북리뷰/문학반 2022.09.29

[소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읽다 보니, 어느새 이 책도 세 번째 읽는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삼국지를 읽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시기도 주기가 있다. 2000년대에 민음사 초판이 나왔을 때 한 번, 2010년대에 독서모임에서 한 번, 그리고 올해. 문예출판사에서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나온 2022년에 다시 한번. 그런데, 이번에는 유독 그 느낌이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라는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뒤라서 그럴 것이다. "그 사람 아버지가 잘못이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마담의 한마디. 이것이 이번에는 요조의 첫 번째 수기의 첫 문장(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보다 더 강렬했다. 요조의 수기는 10대 중 후반부터 20대 중 후반에 걸쳐 3편의 글이 나온다. 책을 읽는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

북리뷰/문학반 2022.09.12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이 글은 보부아르 본인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엄마에 대한, 그녀에 대한, 어쩌면 그 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엄마가 암으로 인해 병원에서 투병을 하게 되고, 돌아가신 조금 이후까지의 이야기에는 보부아르가 어렸을 때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엄마의 모습, 병이 진척되면서 보여지는 모습들, 그리고 그들의 관계 변화 등 현재에 과거의 상황들이 조금씩 소환되면서 글은 전개되고 있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남편에게 공손하던 엄마는 그 상황이 자식들에게 넘어가자, 자식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그렇게 된다. 어느 시대에나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나, 보부아르에게 보여지는 엄마의 그런 모습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낯설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둔 엄마와의 관계에서 보부아르는 ..

북리뷰/문학반 2022.09.10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의사인 서른 살의 클레르. 그녀는 자신의 잃어버린 가방을 가져다준 토마스 코바크라는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그는 이웃 건물의 재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건축가였다. 카페에서 몇 번의 만남 이후, 토마스는 연락도 없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토마스에게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나가지만, 클레르가 들은 말은, 그에게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레르에게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이전보다 뜨거운 만남을 이어나간다. 토마스는 클레르의 집에 몇 시에 도착하든, 한 시간 십오 분을 머물렀다. 더 머무르는 경우는 없었다. 그를 만나면서, 클레르는 토마스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클레르는 토마스와 관련된 물건들을 하..

북리뷰/문학반 2022.09.09

[소설] 임솔아 <최선의 삶>

임솔아 중학교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설. 그러나 그 세계의 무게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만큼 무겁고, 외롭다. 차라리 그 무게들을 대놓고 드러낼 수 있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밝은 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을까. 결말부분이 아쉬웠다. (나 스스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할거면서, 그러면서도 아쉬웠다. 안타까웠다. 그게 최선이었다고, 원망조차 하지 않는 시선이, 마음이 속상했다.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그것보다 늘 어렵다. 어떤 광고의 문구처럼 그들의 세계를 방관하면 그들이 가게 되는 어른들의 세계 또한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 청소년 범죄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 정의라는 측면보다 그 아이들의 인권을 그리고 변화를 위해 일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

북리뷰/문학반 2022.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