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2

[시]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박숙경 시집

박숙경 2021 박숙경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3 시(詩) 쓸모없이 자라는 오지랖과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외고집과 필요 이상의 변명과 이유를 잘라냈다 하얀 비명이 떨어진다 끈적한 울음이 손가락 사이사이 들러붙는다 손금이 뚜렷해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햇빛이 필요한지 생명선이 길어질 때쯤 겨드랑이 밑으로 곁가지가 돋아난다 저, 눈물겨운 균형 자꾸 혼잣말이 늘어난다 p. 35 맛있는 소리 병아리 등에 내리는 봄 햇살 소리 어미 보채는 아기 제비 소리 석 잠 잔 누에 뽕잎 갉는 소리 그 소리 사이사이 소낙비 소리 사립문 여닫는 소리 아침을 끌고 오는 바람 소리 구름을 밀어 올리는 암자의 목탁 소리 청설모 지나간 뒤 꿀밤 떨어지는 소리 한 뼘씩 줄어드는 늦가을 햇볕 스러지는 소리 휘영청 달 그림..

북리뷰/문학반 2022.03.10

[시]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김미령 시집

김미령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4~15 작용 거기 서! 하고 말했지만 계속 줄지어 가는 것들이 있다. 가고 있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말하기 전에 이미 다 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쪽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굳이 세우려던 것이 아니라면 불러 볼 필요는 없지 않았냐고 누가 말하는 것 같다. 이리로 와! 하고 말했지만 역시 오지 않았고 대신 공이 이쪽으로 굴러왔다. 공에서 시선을 주는 동안 충분히 지나갔을까 생각했지만 아직 거기 있는 것은 미안해서라기보다 무엇을 할지 몰라서였고 언제든 생각나면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올 것이지만 오지 않더라도 후회는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오지 말고 그냥 가!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뒤여서 그것이 방금 내가 한 말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는 사..

북리뷰/문학반 20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