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선집 2021 p. 30~31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나는 안다, 내 깃발은 찢기고 더이상 나는 청춘이 아니다. 내 방황 속에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한번 흘러간 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다. 내 어찌 살아온 세월을 거슬러올라 여길 다시 찾아올 수 있으랴. - 쉽게 스러지는 가을 석양 탓이다. - 잃어버린 지도 탓이다. 얼비치는 벗은 나무들의 그림자를 안고 흐르는 계곡의 물이여, 여긴 어딘가, 내 새로 발 디디는 곳 암암히······ 황혼이 지는 곳. - 서편 하늘에 풀씨처럼 흩어져 불타는 새들. - 어둠에 멱살 잽혀 가는 나. p. 32~33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희망은 절망이 깊어 더이상 절망할 필요가 없을 때 온다. 연체료가 붙어서 날아드는 체납이자 독촉장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