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3

고마워. 단역으로 와줘서.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많은 것들이 쉬워질 줄 알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하지 않냐고 가벼이 여기다가 혼줄이 났을 수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람과의 관계이다. 에리히 프롬의 이라는 책에 보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절반의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으니 고쳐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나에게는 그저 이론일 뿐이었다. 그래? 당연히 그래봐야지. 당연한 걸 왜 쓰고 그러지...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관계를 풀기 위해 다가간다는게 얼마나 주저되고 힘겨운 일인지 제대로 느낀 적이 있다. 그래도 한번, 실천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시도해봤지만, 상대가 나와 같은 뜻이 아니라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메세지만 전달받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이유와 ..

끄적끄적 2020.10.07

생각이 넘치는 날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 조금의 간섭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집은 방목형이었다. 일종의 테두리는 있지만. 그것조차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펜스 같은거. 아무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규정짓지 않았음에도. 철저히 가부장적인 집. 그러나 그 가부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내게는 든든한 우상이었다. 마치 나를 장손인듯 대했으니까. 실존하는 그들의 씨종자(그들의 표현대로)인 내동생이 있었음에도. 내가 두 남자, 할아버지와 아빠로부터 들은 말은 딱 두 가지이다.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의 무엇도 없었다.그래서 난 상의나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라, 늘 나의 뜻을 통보했다. 그럼 그걸로 끝이었다.내 모든 결정을 어떤식으로든 존중해주셨으니까.물론 너무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으..

끄적끄적 2020.10.05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모든 이닝 하나하나에 새로운 인생이 보여서이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심심한 이닝도 있지만, 심장이 쫄깃쫄깃해질 정도로 긴장의 극을 달하는 이닝도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 경우와 소극적으로 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야구에서는 공격과 수비의 문제일테고...오늘 마지막 이닝처럼, 한팀은 더블플레이를 해보겠다고 자동고의사구로 두명이나 베이스에 포진시켰는데...그들의 그럴듯한 전술과는 상관없이 상대팀의 깔끔한 끝내기안타 하나로 마무리가 되었다. 아무리 이상적인 계획이 있어도 상대의 행위하나로 얼마든지 뒤집어 진다는 것. 뭐든 뜻대로만 가지 않는 것. 야구든 삶이든...그래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면 멋지지 않겠는가. 영화 , 브래..

끄적끄적 202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