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고마워. 단역으로 와줘서.

나에대한열정 2020. 10. 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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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많은 것들이 쉬워질 줄 알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하지 않냐고 가벼이 여기다가 혼줄이 났을 수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람과의 관계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 보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절반의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으니 고쳐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나에게는 그저 이론일 뿐이었다. 

그래? 당연히 그래봐야지. 당연한 걸 왜 쓰고 그러지...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관계를 풀기 위해 다가간다는게 얼마나 주저되고 힘겨운 일인지 제대로 느낀 적이 있다. 그래도 한번, 실천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시도해봤지만, 상대가 나와 같은 뜻이 아니라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메세지만 전달받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이유와 그로 인한 답답함, 그 다음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하는 배신감...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는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나한테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때문에 힘들어하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슬슬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고나니 그들이 내 인생에 잠시만 머물러 준 것에 감사하더라는. 

떄로는 인연이 짧음에 고마워해야 할 때가 있더라. 내 열정을 더 이상 낭비하게 해주지 않아서.


다시 한번, 그들에게 고맙다. 내 인생드라마에 단역으로 와줘서. 





길을 지나다가 어느 아파트 입구에서 한 컷... 

이쁜 것만, 좋은 것만 기억하자. 이렇게 스치는 인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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