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2016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6~17 갱년기 이번 역은 6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삼각지역입니다 삼각지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으로 우르르 달려온다 열리는 출입문을 향해 사람들이 통로를 필사적으로 달려온다 다시는 오지 않을 열차라도 되는 양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이런, 이런, 그들을 살짝 피해 나는 건들건들 걷는다 건들건들 걷는데 6호선 승차장 가까이서 열차 들어오는 소리 어느새 내가 달리고 있다 누구 못잖게 서둘러 달리고 있다 이런, 이런, 이런, 이런, 건들거리던 내 마음 이렇듯 초조하다니 놓쳐버리자, 저 열차! p. 55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하얗게 텅 하얗게 텅 눈이 시리게 심장이 시리게 하얗게 텅 네 밥그릇처럼 내 머릿속 텅 아, 잔인한, 돌이킬 수 없는 하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