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런치박스 (2013)

나에대한열정 2021. 1.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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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박스 (2013)


이곳은 인도 뭄바이.

일라(님랏 카우르)는 남편과의 관계를 좀 나아지게 해보려고, 직장으로 보내는 도시락에 나름 신경을 써서 보낸다. 그리고 되돌아온 도시락이 깔끔하게 비워진 것을 보고, 맛있게 먹었구나라고 생각하며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린다. 


여기서, 잠시 인도 도시락 문화에 대한 것을 쓰면


인도에는 다바왈라(Dabbawalla, 힌디어로 '즐거움')라는 도시락 문화가 있는데, 이는 주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뭄바이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일정한 등록절차를 거치면 정해진 시간에 집에서 도시락을 받아 직장까지 배달을 해주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시 도시락을 수거해서 집으로 가져다 주는 서비스이다.



(그래서 여주인공 일라가 남편에게 보낸 도시락을 남편의 퇴근 전에 미리 받아볼 수 있는 것.)


이 도시락 문화는 19세기 말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시대일 때, 영국 회사에서 일하는 인도 사람들이 회사에서 주는 식사에 입맛이 맞지 않아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사람을 고용해서 받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영화에서도 일라가 배달하는 사람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사람이 하버드도 인정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이나 대기업 회사들이 그 시스템을 견학하러 온다고 한다. 이 배달시스템은 컴퓨터의 기술없이 오직 100% 사람들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 배달 실수가 1600만개에 1개 비율이라고 하니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난 여기서 왜...아침에 직접 가지고 안가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평소와 다름없이 건조하다. 점심 맛있게 먹었냐는 일라의 질문에 맛있었다며, 콜리플라워가 좋았다고 말한다. 일라는 넣지도 않은 콜리플라워를 말이다.

이렇게 16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배달 실수가 일어난 것이다. 일라는 다음날에도 도시락을 보낸다. 이것 또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만 말이다. 도시락안에 메모를 넣는다. 


어제 도시락은 남편을 위해서 만든건데 배달실수로 잘못 전달되었다고, 그래도 맛있게 먹어준 덕분에 남편을 기다리는 몇 시간이 행복했다면서, 오늘의 도시락은 어제의 감사표시라고.

그런데 그 메모에 대한 답변은 "일라, 오늘은 음식이 너무 짰어요." 였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위층에 사는 이모(실제로 이모는 아니고, 이웃사촌)가 어찌 고맙다는 말도 안하냐며 감사인사는 받아야 한다고 또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서 고추를 한바구니 주는데...그 다음날의 답장은 "일라, 오늘은 간은 괜찮았는데, 고추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매웠다며...바나나 두 개를 먹으니 좀 매운기가 가신다고. 그러나 배변에는 좋겠다고"


이렇게 두 사람은 도시락에 넣은 메모로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된다.

참, 남자 주인공은 사잔 페르난데스(이르판 칸)인데, 이제 이른 퇴직을 한 달 남겨두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날, 일라는 페르난데스에게 점심시간에 직접 만나자고 한다. 페르난데스는 평소에 하지도 않던 넥타이도 하고, 면도도 정성껏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지만...실제로 일라를 만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도시락이 안오고, 그 다음날은 빈도시락이 온다. 메모도 없는.


페르난데스는 그 도시락에 메모를 넣는다. 만나려고 그 자리에 나갔다고. 그런데, 아침에 자신이 씻고 나온 욕실에 다시 들어가니,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 나던 냄새가 났다면서. 그에 비해 일라는 너무 젊고 아름답다고. 그동안 행복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일라는 배달실수가 있었다는 항의를 하며 실제로 도시락이 배달된 곳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페르난데스를 찾아간다...그러나 이미 페르난데스는 회사를 퇴직한 이후이고......




영화를 보면서, 잔잔한 삶의 비상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고, 입가가 올라가게 하는 설레임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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