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아버지의 초상, La loi du marche (2016)

나에대한열정 2021. 1. 2. 21:00
반응형

아버지의 초상, La loi du marche (2016)


'아버지의 초상'이라는 우리나라 제목을 먼저 보고 뭔가 부성애적인 걸 기대하면서 시작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원제가 La loi du marche(e위에 악쌍뗴귀를 붙여줘야 하는데, 프랑스어 자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장의 법칙이라고 뜨는 것이다. 영화 소개에 영어제목이 The measure of a man이라고 써있는 걸 보고, 참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제목을 붙이려고 애쓴다~라는 생각도 잠시. 


티에리(뱅상 랭동)에게는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이 한 명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어 열심히 구직활동을 해보지만, 나이도 있고, 분야도 한정되어 있어 쉽지 않다.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는 학교에서 절반 부담하나, 절반은 자비로 내야 하고,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일정 돈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 가고 싶어한다. 아직 아파트 대출 기간도 남아있다.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무조건.


실업수당이 나오는 것도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은행잔고는 비어가고, 은행에서는 저축이 부족하면, 아파트를 매매헤보라는 얘기도 한다. 이제 5년뒤면 모든 대출금이 끝나는데, 이제 집을 팔게 되면 남은 것이 없다고, 그리고 다시는 집을 사지 못할 것이고, 이 나이에 세입자로 사는 것은 싫다고. 


사망보험에 가입해서 사망 이후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라는 현실적인 얘기들도 서슴없이 들려오고, 이 상태로는 취직이 어려울거라는 면접관들의 말들도 티에리에게는 가혹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티에리는 대형마트의 보안요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좋은 것도 잠시 뿐.


고기를 몰래 주머니에 넣었으나 더 이상 계산할 돈이 없어서 경찰서로 보내져야 하는 사람, 할인쿠폰을 빼돌려 신뢰할 수 없다는 점장의 말에 자살을 해버리는 직원, 포인트카드가 없는 고객대신 자신의 포인트카드에 적립을 했다가 걸리게 된 직원...모두가 삶이 넉넉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으로 인하여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티에리는 너무 힘들다. 분명 자신도 돈이 필요해서 이 일을 하고 있으나, 보안요원으로 있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은 자신만큼 힘들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눈으로 발견해서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한다는 거 자체가 스스로에게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참다못한 티에리는 일을 하다 말고 마트밖으로 나가게 되고...영화는 끝이 난다.


안타깝고, 씁쓸한 영화였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 그와 더불어 자본 시장의 냉정한 현실...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와 닿는 실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뛰쳐나가고 싶은 티에리가 한 두명일까. 뛰쳐나가고 싶은 직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이가 한 두명일까.



반응형
BIG

'무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 Zoe (2019)  (26) 2021.01.04
베스트 오퍼, The best offer (2014)  (12) 2021.01.03
런치박스 (2013)  (12) 2021.01.01
로즈, The Secret Scripture (2017)  (6) 2021.01.01
러브 앳 (2019)  (11) 202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