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오래된 단상 - 고교 시절, 버스 안에서.

나에대한열정 2021. 2.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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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까지는 헤어스타일이 아주 짧은 컷이었다. 조지훈의 <승무>처럼 파르라니 깎은 머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뒤에서 만지면 거의 스포츠 느낌이 나는? 그래서 교련시간 붕대 수업 때는 항상 교실 앞에 나가서 시범 모델이 되어야 했던. 그리고 실기시험 짝꿍으로는 인기가 끝내줬던.

 

그런 나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바지가 없었다. 소풍용 청바지 한 벌 정도? 치마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익숙해지니 그게 편하기도 했고.

 

우리 학교를 가는 버스들은 우리학교를 지나 대부분이 **남자고등학교를 종점으로 하는 버스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남자고등학교는 선후배 관계가 쎈!,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스포츠머리인 학교였다. 

 

어느 날인가, 버스에 앉아있는데, 버스에 올라탄 어느 남학생이 나를 향해, 나를 향한듯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뒤쪽에 선배가 앉아있나보다 했다. 그런데 내가 우리 학교에서 내리려고 일어서자, 마주친 얼굴.

내 치마를 보고, 다시 내 머리를 보고...동공지진 일어나는 눈빛을 보았다.

정말 나를 자기학교 선배로 본 것이다. 이런.

내일 또 만나면 내가 90도로 먼저 인사해줄까?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 느낌에 한이라도 풀듯, 대학가서는 머리를 허리 가까이 길러보기도. 뭐 지금도 비슷하지만 말이다. 아직도 한이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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