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오래된 단상 - 고1, 버스정류장

나에대한열정 2021. 1. 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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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단상 - 고1, 버스정류장


고등학교 초반,

한참, 인신매매라는 단어가 뉴스에 보도되는 시기였다. 봉고차의 등장부터, 별의 별 방법이 다 동원되던...


친구를 기다린다고 버스정류장에 서있었다. 왕복 10차선 또는 12차선 정도 되나...와...여기서 봉고차가 멈추면 좀...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가방을 톡톡 건드렸다. 근처에 사람이 있었나? 분명 아무도 없었던듯한데...그 길은 학교 맞은편의 도로였지만,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버스를 타기위한 시간이 아니면 아주 한산한 거리였다.


놀라서 돌아보니,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서있었다. 말끔하게 슈트를 입고, 끈이 달린 가방을 한쪽에 메고.


"**여고 다니나봐요?"

"아니요"

"그렇구나. 난 오늘 이 학교에 특강이 있어서 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라고 해요."


'뭐야, 신종 수법이야?' 교수면 교수지 말을 왜 시키지......말하고 있는데 봉고차가 서는 건 아니겠지? 순간 길지도 않은 머리가 머털도사처럼 서는 기분이었다.


말할 때는 사람 눈을 보는 나인데, 그때는 시선은 온통 도로로 나가 있고, 그 아저씨를 향해서는 귀만 열려 있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서있자,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한테는, 사람의 모습에는 네 가지 면이 있어요.(아마 난 이때 이 아저씨를 잠시 보았던 거 같아...) 그 중의 1/4은 나만 아는 나의 모습이고, 그 중의 1/4은 다른 사람만 아는 나의 모습이고, 그 중의 1/4은 나와 다른 사람 모두 아는 나의 모습이고, 나머지 1/4은 아무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에요. 살아가는 게, 그 모르는 나머지 1/4을 알아가기 위한 건데, 때로는 좋지만, 때로는 스스로 감당하기에 어려운 면들도 있어요. 그래도 잘 커줬으면 좋겠네요."


뭐라고 더 얘기를 중간에 했었는데, 이 이야기가 그 당시 나한테는 나름 신선하고 강력했다. 

"그럼 또 볼 날이 있을지도..." 그러더니 도로를 따라서 걸어갔고...뭐지? 저 아저씨? 정신이 돌아와 있을 때는 친구가 옆에 서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

"나, 귀신 본 거 같아."

정말 딱 느낌이 그랬다. 그리고 그 교수라는 아저씨가 했던 말이 내 평생을 왔다갔다했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튀어나올 때마다 말이다.


정말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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