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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때, 영어 과외를 그룹으로 했었다. 남학생 세 명과 나. 선생님이 모의고사 성적으로 직접 그룹을 만든 거라서, 서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이들.
남자 애들 셋은 단대부고, 휘문고, 서울고. 다들 각기 다른 학교를 다녔고, 성격도, 하는 행동들도 참으로 다른 애들이었다. 단대부고를 다니던 애는 키가 185보다 조금 더 컸던 거 같은데. 완전 거대 곰과에 속하는. 앞에 서면 아무것도 안 보이게 하는, 그런데 덩치에 견줄 만큼 잘난 척 대마왕이었고. 휘문고를 다니던 애는 키는 180 정도 됐던 거 같은데, 살짝 마르고, 말이 거의 없는 무뚝뚝의 절정. 딱 내스타일?^^ 마지막으로 서울고를 다니던 애는 마냥 천진한 까불이.
과외는 우리 집, 내 방에서 커다란 테이블을 놔두고 했는데.
어늘 날, 휘문고 애가 유난히도 일찍 온 날, 둘이 어색하게 앉아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 것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밖이 아직 어두운 건 아니라서 앞이 안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순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 무뚝뚝한 애가 놀라서 의자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난 더 당황하고. 1~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그리고 곧 곰과에 속하는 잘난 척 대마왕이 왔고... 물론 정전 상태도 금방 해결됐고.
난 그날도 여전히 핫초코를 탔다.
휘문고에꺼에는 핫초코 네 스푼(이게 그 컵 사이즈에는 딱 맛있었다^^)
서울고에 꺼에는 핫초코 세 스푼.
단대부고 대마왕한테는 핫초코 두 스푼 ㅋㅋㅋ
잘들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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