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오래된 기억 - 국민학교 5학년, 어느 가을.

나에대한열정 2021. 2. 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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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민학교 때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꽤 키가 큰 편이었는데, 그 시기에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성장을 덜 했을 때라 웬만한 남자애들은 나에게 잘 덤비지(?) 않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전교생 누구도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계기가...

 

당시 내 짝꿍이었던 아이는 일명 일진. 전교짱이었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그 아이가 누구 하나 괴롭히는 걸 보지 못했고, 다만 주위 아이들이 그 아이를 모시는(?) 장면으로 그 아이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모든 행동들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통해서만 나타났다. 6학년 형들을 제치고 핸드볼부 주장이었던 그 아이는 남자애들 사이에서도 나름 선망의 대상이었다. 겉보기에 괜찮은 외모에, 알 수 없는 파워에...

 

그러던 어느 날, 학교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다른 반 남자애가 내 곁을 지나가면서 내 귀에 대고 "야!"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서른 살 즈음까지 난 놀라면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그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고.

 

그 광경을 지나가던 짝꿍이 보게 되었고.

그 날 내 귀에 소리쳤던 그 아이는 학교스탠드 기둥에 두 시간 넘게 묶여있었다. 감히 누구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냐는 죄목 하에 말이다.

 

지금 같은 시절이면 학폭이라는 이름으로 꽤나 시끄러웠을만한 일이었는데...

 

그 소문이 전교에 퍼지면서, 나는 학교짱의 여친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난 좋아하는 애가 따로 있었는데!!!!

 

난 내 짝꿍 팔뚝에 시퍼런 멍을 하나 만들어줬다. 고의는 아니었다. 살짝 꼬집었을 뿐이었는데, 다음 날 팔을 걷어 보이더니 이게 뭐냐고~~ 그리될지 몰랐지. 난 그 뒤로 누군가를 꼬집어 본 적이 없다. 

"누가 애를 묶으래?? 또 그러면 죽는다!!!" 팔뚝에 멍들게 한 게 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애한테 더 뭐라고 하고 있었다.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그래도, 그 "마음은" 고마웠다. 짝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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