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 조금의 간섭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집은 방목형이었다. 일종의 테두리는 있지만. 그것조차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펜스 같은거. 아무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규정짓지 않았음에도.
철저히 가부장적인 집. 그러나 그 가부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내게는 든든한 우상이었다. 마치 나를 장손인듯 대했으니까. 실존하는 그들의 씨종자(그들의 표현대로)인 내동생이 있었음에도.
내가 두 남자, 할아버지와 아빠로부터 들은 말은 딱 두 가지이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다.>
<일등 아니면 꼴등을 해라. 어중간하게 하려거든 하지도 마라.>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의 무엇도 없었다.
그래서 난 상의나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라, 늘 나의 뜻을 통보했다. 그럼 그걸로 끝이었다.
내 모든 결정을 어떤식으로든 존중해주셨으니까.
물론 너무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으니까.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라는게 끝이 없어서...조금은 아쉬운 것도 있다.
아주 조금의 관여, 아주 조금의 다른 인생...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금 더 그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갖게 될 생각속에...
울타리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그게 그들을 지켜준 가이드라인이었다는 것.
인생의 굴곡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을 때, 그들에게 산이나 바다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늘 있다는 것.
자신이외에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적어도 한명은 있다는 것.
스스로를 놔버리고 싶을 떄...삐뚤어지고 싶을 때...마음 아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어떤 상황이든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내편이라는 것.
필요할 때 적당한, 적절한 관심과 코멘트가 있었다는 것.
그게 엄마라는 거...
그런 존재이고 싶다. 내 아이들에게.
내 할아버지와 내 아빠가 내 인생의 멘토였던 것처럼...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조금은 아쉬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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