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사람 사는 정(情)이 이런 거 아닐까.

나에대한열정 2021. 7. 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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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 문고리에 종이백이 걸려있었다. 위층에 오늘 이사 온 사람이라며. 

메모를 본 신랑은 뛰어다닐 아이가 있는거 같다며 웃었다. 난 그냥 이 메모가 좋아서 몇 번을 읽었다. 이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나도 이랬어야 했나 하면서 말이다.

 

작년에 이사왔을 때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이사 오고 일주일 뒤에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을 받았던 때가 말이다. 내용인 즉, 층간소음이 심하니 조심해 달라고 아래층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해서(사실 어이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저희 집에는 뛰는 애들이 없는데요.라는 말이 나갔다. 물론 알았다고 하고 끊기는 했지만 말이다. 우리 집은 거의 저녁 9시면, 나만 빼고 모두 잠드는 시간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이라고 해도, 모두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애들이라 전혀 그런 거에는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늦은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을 받은 날, 우리는 저녁식사중에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뛰나? 시끄럽나? 뭐가 문제지?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사방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이사 와서 사람 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 아파트 단지에 사람들이 살기는 사나? 왜 사람 소리가 안나지? 지금까지도 이런 느낌은 마찬가지다. 너무 조용하다. 사실 그래서 너무 좋기도 하다. 하여간 그 뒤로는 식구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거나, 크게 웃게 될 때는 베란다 문부터 쳐다보게 된다. 문 닫아~~~ 그러면서 또 웃는다. 

 

또 아래층에서 연락이 오냐고? 그 뒤로는 오지 않는다. 아마 범인이 나였나보다. 연락받은 다음날부터 바로 실내화를 신었다. 그리고 나름 신경 써서 걷는다.

 

어제 이후로 윗집에 사람걷는소리가 난다. 가끔 쿵쿵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 사는 집 같다. 나쁘지 않다. 카스테라의 효과일까? 메모의 효과일까? 그게 뭐든 말이다. 아침에 나도 메모를 써서 윗집 문고리에 도넛이 들은 종이백을 걸어놨다. 소리가 아래로만 나는 게 아니니, 저희도 잘 부탁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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