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중에 하나가 베란다 화분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물기가 마르지는 않았는지, 잎들은 싱싱한지, 혹시나 새로 올라오고 있는 꽃대는 없는지, 새잎들은 돋아나고 있는지...
그런데 오늘 아침은 화분을 들여다보다가 소리를 지를뻔했다. 이 노란 녀석때문에 말이다. 아직 잠도 제대로 깨지 않은 상태에서 바라본 이 짙노란색은 순간 벌레로 인식되기에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잘못봤나 다시 들여다봤을 때는, 정말 누가 인공적으로 꽂아놓은 것인냥 노란색 그 자체였다. 이게 왜 여기에 있을까.
사진을 찍고 이게 무엇인지 검색을 해보니, '노랑각시버섯'이란다. 그것도 독버섯이란다.
배양토 속에 포자가 들어있다가 환경이 맞으면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는데, 생각보다 노랑각시버섯과 관련된 글들이 꽤나 있었다. 각자에겐 낮선 경험이지만, 드문 일은 아닌 듯했다. 얼마 전 화분 분갈이를 했는데, 새로 사 온 배양토속에 버섯포자가 있었나 보다. 한동안 장마처럼 계속 날씨가 흐리면서 비가 왔었는데, 그게 나름 이 녀석을 불러 올린 듯했다.
식물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그 포자들이 다른 식물에게도 옮길 수 있으니 얼른 제거해주는 게 좋다는 글들도 있었고, 손으로 직접 만지면 가려울 수 있으니 꼭 장갑을 착용하고 제거하라는 글들도 보였다. 이런저런 내용들을 보고서도, 바로 없애지는 못했다. 사실 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새끼손톱만한 노란 것이 이쁘기도 했다. 그래, 작아도 독버섯은 독버섯이니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것을 발견한 지 채 6~7시간도 안되었을 무렵, 크기가 10배 이상은 커져 있었다. 핸드폰 카메라를 가져가기에도 무서울 정도의 성장속도였다...
미처 제대로 제거되지 못한 사람의 감정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묘하게 타이밍이 맞으면, 조금 내비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 있는 것.
그런 독버섯같은 미친 그리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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