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끄적임) 표고버섯 때문에 글짓기라니.

나에대한열정 2021. 9. 16. 00:51
반응형

 

책과 관련된 밴드에서 책 제목으로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의 제목만으로 짧은 글짓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벤트 마감시간을 보니 한 시간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아마 평소 같으면 이벤트 하나보다~하고 넘어갔을 것을. 이벤트 상품에 눈이 멀어 나도 모르게 책장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상품은 바로 표고버섯.

이벤트에서 투표로 1등이 되면 표고버섯을 한박스 준다는 것이다. 밴드 회원 중에 표고버섯농장을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후원으로 말이다. 사실 난 버섯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날따라 버섯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열심히 책장을 오가면서 책 몇 권을 골라왔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게 짧은 글을 썼다. 정말 마감시간 아슬아슬하게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위에 사진이 바로 그때 올렸던 댓글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많은 표를 받았고, 덕분에 표고버섯 한상자가 집으로 왔다. 표고버섯농장을 하시는 그분은 버섯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상품으로 받는 거지만 그냥 받기가 좀 그랬는데, 오히려 다행스러운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버섯 받은 날 만들었던 시래깃국과 버섯기둥 볶음 그리고 다음 날 버섯을 넣은 굴림만두를 만들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된장베이스의 시래깃국은 정겹다. 개인적으로는 배추 시래기나 말린 열무 시래기 보다, 생무청을 삶아서 시래깃국의 재료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시절이 좋아, 시래기용으로 생무청을 재배하시는 분들이 생무청을 삶아서 소분하여 아이스박스로 보내주신다. 얼마나 깨끗하고 연한지. 끓인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가운데 사진처럼 아직 무청의 푸르름이 살아있지만, 뚜껑을 덮고 한소끔 더 끓이면 말린 무청시래기의 모습을 보인다. 

된장 베이스로 끓이는 시래깃국이나 시금칫국, 근대국, 아욱국 등은 기본재료에 버섯과 황태를 넣어주면 국물도 진하고 훨씬 맛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팁이라면 팁이랄까. 된장 베이스에는 반드시 대파와 고추를 넣어줘야 된장의 텁텁함을 잡아줄 수 있다. 

 

 

보통 표고버섯의 기둥은 따로 떼어내서 건조기에 말리는데(국물용), 버섯상태가 아주 좋을 때는 그 자체가 결대로 찢어져서 씹는 맛이 끝내준다. 물(버섯기둥 부분이라 부드럽게 익히려면 소량의 물이 필요하다), 소금, 간장, 깨, 마늘을 넣고 익혀주다가 마지막에 들기름이나 참기름 또는 아보카도 오일로 마무리해주면 고소하고 쫄깃한 표고버섯 기둥 볶음이 된다. 청양고추 두어 개 썰어서 같이 볶아주면 훨씬 더 맛이 좋은데, 우리 집에는 버섯 좋아하는 아들 녀석 때문에 이번에는 패스다.

 

 

 

일면 굴림만두라고 하는 것은 만두피없이 만드는 만두를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만두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가끔 생각나는 만두이다. 버섯과 김치, 돼지고기와 소고기 반반, 두부, 당면, 쪽파를 다져서 만두피 없이 속재료만 둥글게 말아주고, 밀가루→계란→밀가루 순으로 묻혀서 찜기에 찌거나, 찐것을 살짝 굽거나하면 된다. 

 

쓰다 보니 요리 포스팅인듯한.

하지만 분명 이 글은 표고버섯 받아보겠다고 글짓기를 했다는 것이다. 

 

 

 

반응형
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