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자마자 노트북을 켜서 블로그를 열었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명절 당일 오후부터 허리가 아파서 오늘 아침까지, 하루 절반을 아무것도 하지를 못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아이마저 오늘만 혼자가라 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꿈을 꿨다.
꿈속에 나는 50~60년대나 나올까 하는 일명 판잣집들이 즐비한 곳에 살고 있었다. 이 날은 귀신들이 마을을 지나가는 날이라고 한다. 바람이 줄기차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무언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창문을 닫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히 창문을 닫으러 창가로 갔다. 그 요란한 소리를 내는 존재들은 귀신들이었다. 물론 꿈속의 나에게 그 귀신들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귀신들이구나~라는 의식으로만 존재한다. 그런데, 창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내 앞에 불쑥 어떤 존재가 보인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살집이 조금 있는 여자귀신이었다. 순간, 귀신이 집에 들어올까 봐 놀란 나는 창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는데, 귀신이 나에게 한마디 한다.
"그 문위에 올려있는 신발 한 켤레만 줘라"
그곳에 신발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귀신이 가리킨 곳에 손을 뻗으니 처음 본 신발 한 켤레가 손에 잡혔다. 알록달록한, 그러나 오른쪽 왼쪽 짝이 맞지 않는 이상한 신발이었다. 그 신발을 건네주니 귀신은 말한다. "한동안은 잘 신겠네. 덕분에 내발이 안 아프니, 나도 네 아픈 것을 가져가겠다." 그리고 우리 집을 지나갔다. 놀란 나는 집 창문을 닫고, 안도를 한다. 그리고 잠이 깨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끊어질 듯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했던 허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시고, 정신없는 집을 좀 정리해야겠다. 귀신이 있든없든 적어도 오늘은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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