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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시인의 인터넷 시집, 한 사람 건너

나에대한열정 2021. 12.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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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2015

 

p. 26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다시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p. 37
너를 두고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p. 46
꽃 1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p. 72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p. 74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p. 76
안부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p. 87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p. 102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p. 117
나무에게 말을 걸다

우리가 과연
만나기나 했던 것일까?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p. 131
사람 많은 데서 나는

사람 많은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 네가 없으므로

사람 많은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에도 너는 없으므로

 

 

p. 137
나의 사랑은 가짜였다

말로는 그랬다
사랑은 지는 것이라고
지고서도 마음 편한 것이라고

그러나 정말로 지고서도
편안한 마음이 있었을까?

말로는 그랬다
사랑은 버리는 것이라고
버리고서도 행복해하는 마음이라고

그러나 정말 버리고서도
행복한 마음이 있었을까?

 

 

p. 148
안개

흐려진 얼굴
잊혀진 생각
그러나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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